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1년이 지난 지금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빚더미에 오른 개발도상국들이 적지 않다.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중국이 일대일로를 위해 68개국에 지원한 자금은 8조 달러에 이른다. 이 중 23개국은 중국 빚에 허덕이고 파키스탄·라오스·지부티 등 8개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자칫하면 차관이나 대출로 인프라 건설을 지원한 뒤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천연자원이나 인프라 운영권을 접수하는 중국의 전략에 놀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도양에 진출하는 연결 고리인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에 참여하며 인프라 건설자금 620억 달러를 중국에서 높은 이자로 빌리는 바람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동남아의 거점 국가인 라오스는 중국~라오스 간 철도 건설 등을 위해 GDP의 절반인 67억 달러를 차입했다. 아프리카의 군사적 요충지인 지부티는 중국 빚이 사업 참여 이후 30%나 급증하며 GDP의 91%를 차지한다.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는 이용률이 너무 낮아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대외 채무의 절반을 중국에서 빌린 캄보디아와 아프가니스탄은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차이나머니’로 경제성장을 도모한 것이 오히려 빚의 늪에 빠지고 ‘경제주권’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중국이 부채 위기에 처한 이 국가들을 도와줄 시스템이 없다는 데 있다.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이 채무를 재조정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상환 기간 연장과 채무 탕감, 이자율 조정 등 채무 재조정을 통해 이 국가들의 채무 부담을 줄여 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연변국들은 중국 돈을 빌려 중국 건설업체에 지불하고, 중국인 노동자와 자재를 수입해 인프라를 건설해야 하는 만큼 “남는 게 없다”고 반발한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받은 저개발 국가들이 빚더미에 오르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만 심화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성장을 위해 들여 온 ‘구세주’ 차이나머니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된 형국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볼 때다.
khkim@seoul.co.kr
2018-05-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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