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석의 서울살이] 보행로가 어지럽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보행로가 어지럽다

입력 2018-06-29 17:38
수정 2018-06-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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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다닐 때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올려’ 봤다. 걷기 시작한 이후 보도를 더 많이 ‘내려다’보게 됐다. 자동차를 타면 시선이 건물을 향하지만, 걸을 때는 거리에 눈높이가 맞춰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노면표지라고 불리는 바닥 안내 표지판이다.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서울의 보도환경은 낙제점이다. 불편하고 다분히 위협적이다. 가게에서 내놓은 물품과 홍보물들이 보행로를 3분의1쯤 차지하는 건 예사고, 지하철 환기구가 버티고 있고, 노점상이 난립 중이다. 각종 생활적폐가 도심을 점령하고 있는데도 걷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젠 노면표지까지 등장해 걷기를 방해한다. 얼마 전 북촌에서 시청까지 걷는 동안 발아래 상황을 체크해 봤다. 보행로에는 금연, 걷자 서울, 도심보행길, 한옥길, 인권서울 동판, 한양도성 순성길, 통역존, 보행주의 표시, 자전거길 등 10여종의 노면표지가 부착되고, 설치되고, 그려져 있었다. 여기에 교통, 통신, 전기, 수도관련 기반시설물까지 가세한 도심 보행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적힌 금연 안내판은 사이즈나 디자인 면에서 공포감을 준다. 한때 세계 디자인수도를 선언했던 도시의 위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권위주의 시대 반공관련 표시판을 보는 기분이다. 사람 인(人)자가 디자인된 도심보행길(Urban walkway) 사인은 보행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용도가 궁금하다. 내·외국인에게 이곳이 서울의 도심이며, 보행길이라는 ‘엄청난 정보’를 제공하려고 설치한 건 아니길 바란다.

서울도보관광(SEOULWALKING TOURS)이라는 발자국 두 개가 찍힌 원형 동판도 마찬가지다. 밑도 끝도 없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 동판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른 노면안내판이나 관광안내판 등과 연계되지 않아서 생긴 일일 것이다. 4대문을 둘러싼 한양도성 순성길 지도가 그려진 동판은 그나마 직관적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북촌 길바닥은 더 어지럽다. 여러 종류의 ‘한옥길’ 노면표지가 뒤섞여 있다. 한옥길이라는 길을 안내하는 것인지, 한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인지 식별할 길은 없다. 삼청동의 한옥길 표지는 차도에 설치돼 있다. 보도용 안내판이 도로까지 진출한 셈이다. 자동차에서 보이지도 않는 안내판을 왜 차도에다 붙였을까? 청계천 광장에서 청계천으로 들어가는 터널식 입구 바닥에는 ‘Language Free Zone’이라는 요란한 바닥글자가 그려져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통역이 된다는 이 안내판은 휴대전화 지도와 통역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후진국형 편의물이다.

윤유진 서울시의원, 교육감으로부터 잠실고 증설 확답 이끌어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유진 의원(국민의힘, 송파1)이 3일 진행된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잠실고등학교의 2027학년도 신입생 학급 증설 약속을 받아냈다. 이날 윤 의원은 잠실고의 학급 확충을 강력히 촉구했으며, 교육감은 이에 동의하며 최소 3학급 증설 요구안을 면밀히 검토해 가능한 규모를 최종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질의를 통해 최근 대규모 재건축과 입주로 잠실고 1단계 1지망 경쟁률이 2025학년도 1.14대 1에서 2026학년도 7.86대 1로 급등했고, 잠실4동 인구 또한 2만 2000명 선에서 최근 약 3만 4000명까지 대폭 늘어난 점을 근거로 교육 환경 변화에 맞춘 학급 복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의원은 “주민들이 이주하고 학생이 줄었을 때는 학급을 줄였다”며 “그렇다면 재건축이 완료되고 주민들이 다시 들어오는 지금은 늘어난 교육 수요에 맞춰 학급도 다시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지난 잠실고 학급 증설 토론회에서 학부모 대표는 ‘학급 증설이 아니라 학급 복원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교육감도 동의하시냐”고 물었다. 이에 교육감은 “타당한 말씀”이라며 “하지만 한 학급을 늘리려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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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눈길이 닿는 보행로를 선점하려고 정부부처, 서울시, 자치구가 각축전을 벌이는 듯하다. 그 와중에 서울 도심은 안내표지판 천국이 됐다. 보스턴은 레드라인 한 줄이 도시의 보행안내체계를 상징한다. 런던의 건널목에는 자동차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RIGHT’ 와 ‘LEFT’ 가 존재할 뿐 보도엔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다. 로마의 보도를 구성하는 검은 사각돌에는 안내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첫 임기를 ‘보도블록 10계명’과 함께하면서 성과를 올렸다. 2016년 1월에도 “저는 보도블록 시장입니다”면서 수구초심을 외쳤다. 세 번째 임기는 걷기 좋은 보행길 조성에 걸어 성공하길 바란다. 쾌적하게 걷고 싶다.

2018-06-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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