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 칼럼] 윤미향 의혹, 진영 논리로 돌파해선 안 된다

[문소영 칼럼] 윤미향 의혹, 진영 논리로 돌파해선 안 된다

문소영 기자
입력 2020-05-20 22:22
수정 2020-05-2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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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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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이 4급 태풍 수준으로 몰아친다. 사건이 시작되면서 ‘주변인들과 또 불화하겠구나’ 하고 예감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의 공세”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윤미향 구하기’에 나섰다. 시비를 가리기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진영의 정서가 여전히 만연한 탓이다.

일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인권 운동가가 지난 7일 대구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전 이사장이었던 윤 당선자에게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면서 “성금을 할머니들에게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을 때 다들 혼란스러워했다. 순간 ‘치매인가’ 우려를 속으로 삭였는데, 놀랍게도 이 우려를 입 밖으로 낸 사람은 윤 당선자였다. 그는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다”며 발언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정대협의 후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해명은 구체적 서류로 증명하기를 원하는 이에게는 늘 하나 마나 한 것이었다. 초기 의혹은 단순한 회계의 부적절성이나 윤 당선자 딸의 미국 유학자금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횡령과 배임, 불법적 행위 의혹으로 확대됐다. 특히 국고보조금 13억원 중 8억원이 공시에서 누락됐고 사회적기업 마리몬드가 위안부 배지를 팔아 기부한 6억여원 중 약 5억원이 공시에서 누락됐으니, 정의연은 모두 13억원 이상의 행방을 밝혀야 한다.

쉼터들도 논란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2년 8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쉼터를 만들자며 10억원을 지정기탁해 ‘안성쉼터’가 마련됐다. 문제는 ‘안성쉼터’의 매입가격이 당시 시세보다 2~3배 비쌌고 팔 때는 더 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는 “고급으로 지어져 비싸게 산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높은 가격에 거래한 것처럼 ‘업계약서’를 썼을 것이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안성쉼터’의 주인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 시설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윤 당선자의 아버지를 관리인으로 앉혔다니 ‘NGO 족벌경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왜 안성쉼터였을까’ 하는 의문은 명성교회가 2012년 1월 15억원의 기부약정을 했다는 사실로 일부 해소된다. 현대중공업보다 7개월 앞서 서울에 세우기로 한 것이다. 정대협이 2011년 개관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으니 할머니들의 접근성도 좋은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최근 이용수 활동가는 ‘안성쉼터’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쉼터의 건립과 운영·관리에서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아예 소외시켰나 싶다.

윤 당선자는 1990년부터 실무자로 정신대 인권 회복에 천착한 활동가이지만, 이용수를 포함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역시 정대협의 열렬한 활동가다. ‘할머니’라 부르며 그들이 인권 운동가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은 아닌가.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고 고발하지 않았다면,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 그들이 없었더라면, 정대협의 세 확산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 일각에서 일제의 반인권적인 전쟁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정대협의 30년 활동을 마치 윤 당선자만의 공로인 양 부각한다면 부적절하다.

대구발 고발로 16년 전인 2004년 1월 심미자 등 위안부 피해자 33명이 제기한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 닫아라”라는 성명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성명은 “정대협이 성금을 거두지만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할머니를 앵벌이로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고 했다. 그때 주목했더라면, 2020년 5월 윤 당선자를 둘러싼 수십억원대의 횡령·배임 의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혹의 증폭 속에 이용수 할머니와 윤 당선자가 지난 19일 대구서 만났다고 한다. 이들의 만남이 현재 불거진 의혹을 어설프게 봉합하는 계기가 돼서는 곤란하다. 밝힐 건 밝혀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용수는 인권 운동가에,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이다. 그러니 “기억이 달라졌다”며 메신저를 공격함으로써 고발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시민단체 등은 정부지원금을 받으면서, 감사를 받지 않았다. 감사를 빌미로 한 탄압이라고 주장해 온 탓이다. 시대가 바뀌어 진보진영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정부여당의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으로 발탁되는 시대다. 탄압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깔끔하게 감사를 받고, 대의적 활동을 하길 바란다. 개인계좌로 기부금을 받는 관행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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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un@seoul.co.kr
2020-05-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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