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 선거판, 뭘 보고 찍나

[이경형 칼럼] 선거판, 뭘 보고 찍나

입력 2016-03-09 22:50
수정 2016-03-0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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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형 주필
이경형 주필  
선거판은 흥행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관객들이 출연자의 입과 동작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시선을 떼지 않아야 장이 선다. 4·13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흥행이 안 보인다. 정치 거물이 피라미 초년생에게 쩔쩔매는 경선 현장이나, 유권자의 ‘밥’ 문제를 두고 정당끼리 핏대를 올리며 서로 옳다고 논쟁을 하는 풍경도 볼 수 없다.

총선 국면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여론의 동향을 보면 지난달 중순만 해도 ‘청와대발(發) 국회 심판론’에 힘입어 여당의 ‘야당 심판론’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앞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정권 심판론’이 더 세를 얻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새누리당이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그들만의 막장 공천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으니 관객이 흥미를 잃는다. 유권자들은 지금 ‘김종인 흥행’에 재미있어 하고 있다. 더민주의 문재인 오너가 ‘임시 사장’으로 데려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대로 ‘대장’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직구로 ‘북한 궤멸론’을 꺼내는가 싶더니 친노 운동권 출신들을 솎아 내는 품새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야권통합’ 한마디로 안철수 국민의당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대의정치의 꽃인 선거에서 진정한 흥행은 정당 간, 후보 간 치열한 노선과 정책 대결에서 나온다. 이러한 정책 경쟁은 바로 공약 대결이다. 각 당은 이달 들어 공약을 하나씩 내놓고는 있지만, 공천 전쟁과 야권 통합의 밀고 당기기에 정신이 팔려 공약에 체중을 싣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가계부담 빼기, 일자리 더하기, 공정 곱하기, 배려 나누기’라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 가운데는 ‘행복주택 신혼부부 특화단지 조성 및 노인을 위한 공공실버주택단지 조성’, ‘대학연합기숙사 확충’, ‘장애인 콜택시 등 광역 이동지원센터 설치’도 있다. 외국에서 유턴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특구 설치 등도 제시하고 있다.

더민주는 ‘777플랜’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국민 총소득 대비 가계 소득 비중과 노동소득분배율, 중산층 비중을 각기 70%대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기금의 일부를 장기공공임대주택 및 보육시설 등 공공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는 등 매년 10조원씩 10년간 총 100조원을 공공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독과점이 지속되는 시장의 경우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공정성장4법’에 이어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 체계를 개편하고 경력 단절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 확대 등 1소득자 1연금 체계로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내용의 12대 복지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 당은 이런 공약 발표를 계기로 노선과 정체성을 드러내고 선거 정국의 쟁점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상대 당과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과정에 당력을 소진해 그럴 준비도 하지 않고, 또 상당 기간 그럴 여력도 없을 것 같다. 공약도 후보도 눈에 띄지 않는 ‘깜깜이’ 선거가 지속된다면 유권자들은 뭘 보고 찍을 것인가.

그럴 땐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어떨까. 먼저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이 경합하면 신인을 선택한다. 기득권 정치를 개혁하는 방법 가운데 물갈이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후보자나 그가 속한 정당이 내세운 공약을 살펴보고, 재원의 근거가 불분명한 선심성 공약을 내건 후보는 배제한다.

마지막으로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 후보 명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분야별 전문가나 직능단체 대표, 취약 계층,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골고루 모아 놓은 정당 명부에 먼저 투표하고, 이 정당 소속의 지역구 후보에게 또 투표를 하는 것이다. 한국 의회정치가 ‘동물국회’ 아니면 ‘식물국회’가 되고 마는 것이 기존의 양당 정치 구조 탓이 크다고 생각하면 국민의당, 정의당, 녹색당 등 마음에 드는 제3당을 찾아 투표하는 것도 선택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내 한 표가 정치를 바꾸고, 결국은 세상을 바꾼다는 주권 의식을 발현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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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2016-03-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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