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오징어게임보다 못한 우리 사회/한준규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오징어게임보다 못한 우리 사회/한준규 사회2부장

한준규 기자
입력 2021-10-07 17:14
수정 2021-1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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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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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속 게임장 내에는 꼼수와 반칙을 응징하는 ‘형식적 평등’이라도 있지만, 이 세상에선 각종 편법과 찬스로 얻는 기회와 이익이 처벌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우리의 현실을 꼬집었다. 도박빚과 사채, 투자사기 등으로 절벽에 내몰린 456명의 ‘하류 인생’들이 456억원이라는 일확천금에 목숨을 걸고 벌이는 놀이를 드라마틱하게 그린 오징어게임.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움직이면, 놀이터 한켠에서 할아버지가 팔았던 달고나의 선을 부러뜨리면, 구슬치기에서 구슬을 다 잃으면 “탕~~” 총성과 함께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다.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짓밟고, 각종 권모와 술수, 편가르기, 승자독식 등 우리의 욕망과 어그러진 민낯을 마주하니 드라마 내내 불편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오징어게임에 공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게임의 ‘룰’이 모든 참가자들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적용됐기 때문일 것이다. 체급과 나이, 성별에 따른 배려는 없지만 ‘게임’ 자체에서는 부모 찬스와 반칙, 밀어주기가 통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게임의 종류를 먼저 아는 반칙의 대가는 ‘죽음’이었다. “이 세계에서 여러분 모두는 평등한 존재이며 어떠한 차별도 없이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합니다”라며 오징어게임은 우리 현실을 비꼰다.

그렇다. 반칙과 짬짜미, 부모 찬스가 난무하는 ‘대장동게임’에는 ‘형식적 평등’조차 없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시작한 민관 도시개발사업에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3억 5000만원을 투자, 수천억대를 챙겼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우리 주변의 하류 인생이 주연이지만, 대장동게임에는 ‘상류 인생’들이 등장한다. 전직 기자 출신과 변호사, 회계사, 시장의 측근이 주연이다. 또 전직 대법관과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별검사,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국회의원, 성남시의회 의장 등 화려한 조연들도 출연한다.

‘목숨을 건 게임’을 하지도 않으면서 주연들은 수백억, 수천억원씩을 챙겼다. 화려한 조연들도 ‘50억 클럽’을 만들어 주연들의 ‘이익’을 나눠 먹었다. 국회의원의 아들은 6년 근무하고 ‘50억원’의 퇴직금을 챙겼다. 또 자고 나면 치솟는 집값에 우리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전직 특검의 딸은 알짜 아파트를 시세 반값에 분양받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나머지 화려한 조연들은 특별한 노력 없이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매년 수억원을 받았다.

대장동게임에서 주연과 조연들이 수천억원을 챙기며 샴페인을 터뜨릴 때 우리 서민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맥줏집 사장이었던 앞집 형, 치킨집 사장이 됐다고 좋아하던 뒷집 누나 등 동네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

또 오징어게임처럼 목숨을 걸고 하루를 사는 우리들이 ‘억’ 소리나는 아파트 가격 폭등에 좌절하고 있을 때 대장동게임의 주연들은 ‘돈잔치’를 벌였다. 황 감독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에는 ‘형식적 평등’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대장동게임’이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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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대장동 게이트를 철저하게 파헤쳐 반칙을 일삼고 부모 찬스로 특권과 특혜를 누린 자들을 밝혀내야 한다. 오징어게임처럼 생명을 대가로 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개를 들고 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장담했던 문재인 정권이 마지막으로 할 일이다.
2021-10-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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