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랜드마크보다 삶의 질/주현진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랜드마크보다 삶의 질/주현진 사회2부 차장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18-12-20 17:18
수정 2018-12-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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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사회2부 차장
주현진 사회2부 차장
횡단보도를 기다릴 때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 버스를 기다릴 때 찬 바람을 막아 주는 텐트와 몸을 녹여 주는 벤치….

서울 서초구는 최근 ‘올 한 해 서초를 빛낸 10대 뉴스’로 겨울철 버스 정류장에 설치한 온기 텐트인 ‘서리풀 이글루’가 주민들에게 공감을 받은 정책 뉴스 1위로 뽑혔다고 발표했다. 서초구는 2015년부터 매해 말이면 지역 주민들에게 구가 한 해 동안 내놓은 정책의 우열을 가려 달라며 지역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가 2007년부터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자체 우수 정책을 조사해 발표하는 ‘내 삶을 바꾼 서울시 10대 뉴스’를 본떠 만든 것인데 자치구 중에서는 서초구 등 일부만 정책 경쟁 의지를 내세우며 실시하고 있다.

서초구가 내세운 뉴스 중에서는 슈퍼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개발 공사보다 작지만 주민 불편을 덜어 주는 생활밀착형 아이디어로 널리 인정받은 사례가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지난해 1위 뉴스로 뽑힌 햇볕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이 대표적이다.

교통섬이나 횡단보도에서 주민들을 땡볕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이 그늘막은 구가 2016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 12월 현재 지역 내 154곳에 설치한 것은 물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히트를 쳤다. 맨 처음 시범 출시 때 도로법상 적합 여부 논란을 일으켰으나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되면서 서울시가 별도의 그늘막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배포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지난해 유럽 최고 친환경상인 그린애플어워즈를 받았다.

이 그늘막은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한다. 그늘막과 트리는 기후변화에 맞춰 공공디자인을 적절히 해석했다는 이유로 ‘2018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최고상인 국무총리상도 받았다.

‘거주자 우선주차 공유제 전국 확산’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가 지난 4월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를 통해 주차난 해결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서초구는 이미 지난해부터 공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차 공유를 많이 할수록 다음해 주차구획 배정이 더 잘 되도록 가점으로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서초구가 처음 시작했다.

화룡점정은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기 위한 시스템을 부단히 구축해 온 것이다.

정부는 이달 초 5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했는데, 서초구는 이에 앞서 2016년 5월 관내 대형 재건축 단지에 300명 정원의 대형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학교형 국공립어린이집’ 사업을 출시한 바 있다. 그 결과 2017년 9월 반포동 1·2·4주구(5335가구) 재건축 인가 과정에서 학교형 국공립어린이집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어 한신4지구(3685가구) 재건축에도 학교형 국공립어린이집을 넣기로 협의를 마쳤다. 서초구 국공립어린이집이 2014년 32개에서 이달 현재 74개까지 비약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이 같은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는 것이다.

랜드마크나 대형 시설은 일반 시민의 삶과 큰 관련이 없다. 그늘막, 어린이집, 주차장 등 우리 생활과 관련 있는 시설이야말로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한 야당 후보로 당선된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승리의 비결로 “이념이 아닌 정책에 승부를 걸었다”고 말한 것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내년에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작지만 반짝이는 정책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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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j@seoul.co.kr
2018-12-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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