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말 한마디에 빚 짊어진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말 한마디에 빚 짊어진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송한수 기자
송한수 기자
입력 2016-12-01 18:14
수정 2016-12-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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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빨갱이 만세~.”

6·25 전쟁 때 어느 산골 마을에서 벌어졌다는 ‘웃픈’ 장면이다. 집으로 들이닥친 북한군 앞에서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도 일가는 총탄에 몰살을 당했다. 도대체 무슨 죄일까. 따지고 보면 알 만하다. 60여년 전에도 ‘빨갱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던 최악(?)의 명사였다. 그렇다. 아무리 만세를 삼창한들 환영한다는 뜻을 거스르고도 남는다. 두 손을 들어 만세를 부른 이들에게 몹쓸 해코지를 가한 편협함은 별개 문제다.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글은 그 버금이다. 말은 정신과 흔적 사이의 소통에서 징검다리 노릇을 한다. 예로부터 얼, 말, 글을 강조했던 까닭이 아닐까. 말과 글은 얼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앞뒤를 견줬을 때 참뜻은 곧바로 드러난다. 어떻게 풀이하느냐에서 품격을 엿볼 수 있다. 듣는 입장이든 뱉는 입장이든 지위에 걸맞아야 한다. 결코 지위를 떠받들자는 게 아니다.

누군가 최근 ‘잠이 보약’이란 비유로 말썽을 빚었다. “잠을 못 이루면 의사를 통해 수면 유도를 해서라도 맑은 정신으로 지혜롭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권유에 그는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테는 잠이 최고인 것 같다”고 대꾸했다고 한다. 언론들은 “잠이 보약”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편히 잠을 이룰 수 없는 처지에 놓였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깨에 짊어진 이슈로 보나 책임감으로 보나 그렇다. 이에 내놓은 변론이 걸작이다. “전체 대화 내용을 보면 보약이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잠이 보약’이란 표현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맥락을 헛짚으니 결국 중대사를 그르치고 만다.

언젠가 한 취재원이 도마에 올랐다. 광역의회 상임위원장이었다. 고교생 입시학원 심야 교습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였다.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데는 꽤 동의를 얻던 문제였다. 그런데 말 한마디가 무덤을 팠다. 가뜩이나 초·중·고교 교육 현장이 과열경쟁 체제인데 더 부추긴다는 집단 공격을 받은 터였다. 그는 “공부하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맞받아쳤다. 당초 꺼냈던 정책 제안은 금세 묻히고 말았다.

사실이라고 함부로 밝혀선 매우 곤란하다는 교훈을 남긴 게 소득의 전부다. 그렇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것도 아니다.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당사자뿐 아니다. 그것으로 그친다면 도리어 불행 중 다행이다. 피할 수 있었던 격론으로 허비한 시간은 사회에, 숱한 국민들에게 셈할 수 없는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크든 작든 리더라면 한마디 말에는 ‘보통 사람’과 견주기 힘든 무게가 실렸다. 거꾸로 ‘보통 사람’의 말엔 관대해야 옳다. 지나간 일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잘못 내뱉은 말을 돌이킬 길은 없다. 그러나 때로는 곱씹어야 한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일종의 ‘실패학’ 공부다. 위기 속에서 한층 필요하다.

어제를 기억하지 않으면 내일을 만날 수 없는 법이다. 오늘의 불행은 언젠가 저지른 잘못의 보복이다. 진리다. 진실을 따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책임이 무거울수록 더욱 그렇다.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누군가는 외친다. 발을 내딛기 전에 무엇을 밟게 되는지 잠시라도 생각하자고. 엊그제 한 후배의 말은 아프게 다가왔다. “대통령 하면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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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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