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광역단체장들의 코드와 평가/이동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광역단체장들의 코드와 평가/이동구 사회2부장

입력 2015-01-15 18:00
수정 2015-0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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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논설위원
정치인들은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알 듯 모를 듯한 단어들로 난처한 상황이나 속내를 감추며 어물쩍 넘어갈 때 그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지방 정치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광역단체장들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중요 정책이나 결정 등이 난관에 부딪칠 때면 애매한 말들로 주민들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 개최 문제를 언급한 최문순 강원지사의 속내도 그렇고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 연장과 관련한 유정복 인천시장의 횡보 또한 아리송하다.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속에 숨은 암호(코드)들처럼 신비롭진 않지만 주민들로 하여금 다음에 알려질 진실을 잠시나마 가리는 데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특히 올 들어 상당수의 광역단체장들이 대권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들의 발언과 정책 하나하나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지방행정의 수장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아 보인다. 최근 서울신문이 전문 여론조사 기관과 함께 실시한 17개 광역단체장의 직무수행 평가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이 나란히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박 시장의 경우 긍정평가는 36.2%, 부정평가는 44.6%였고, 유 시장의 긍정평가는 37.1%로 부정평가 44.1%에 비해 낮았다. 남 지사의 경우 그나마 긍정평가가 44.9%로 부정평가(36.7%)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김관용 경북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등은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월등히 높았다. 김 경북지사는 긍정평가가 60.6%로 전체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높았고 김 울산시장이 59.8%, 이 전남지사가 57.7%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잠룡(潛龍)으로 표현되는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비해 지방행정은 기대만큼 그다지 잘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박 서울시장은 서울시향, 제2롯데월드 등의 악재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고 남 경기지사는 지난해 하반기 아들 문제 등으로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또 다른 잠룡인 홍준표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에 대한 시선도 따갑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긍정과 부정평가의 간격이 20% 포인트 미만에 머물렀다. 언제든 수도권의 잠룡들처럼 부정평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평가는 지방의 살림살이보다 벌써 여의도 정치판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데 따른 반감으로 보인다. 홍 경남지사의 경우 최근 차기 대권 도전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개중에는 지역 현안을 전국적인 이슈로 만드는 것도 이들의 야심 때문이라는 의심도 받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북한과 함께 치를 수 있다는 최 강원지사의 갑작스러운 발언도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술 더 떠 서울 사무소의 인력을 대폭 확대한 단체장도 있다. 과거처럼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대권 행보에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투자 유치란 명분으로 해외 나들이를 자주 하는 몇몇 단체장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모두 대권욕만 있고 목민관의 자세는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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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donggu@seoul.co.kr
2015-01-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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