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소상공인들은 대체 무슨 까닭으로 관광공사를 두둔하고 나선 걸까. 이들이 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이 국산품 매출 비중을 40%대까지 유지하고, 우수 국산품 판매를 위한 중소기업 전문매장을 인천공항에 개설하는 등 국산품 납품업체들의 판로 개척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인천공항 측이 매각을 강행할 경우 “민간기업은 수익성을 앞세울 수밖에 없어 공기업 면세점 철수 시 국산품 판로가 위축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쉽게 말해 우수 국산품이 설 자리를 빼앗지 말아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잠잠했던 인천공항 면세점의 민영화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10월께부터다.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후속 조치로 관광공사의 면세점 사업 철수 문제가 당장 눈앞의 현실이 됐다. 여기저기서 정부의 강행 방침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롯데와 신라 등 두 대기업 면세점이 국내 면세점 사업의 80% 정도를 과점하는 것 자체가 우선 옳지 않고, 국가가 조세징수권을 포기하면서 내준 특혜 사업에서 수익의 일부라도 공공의 이익에 맞게 쓰여지지 못하고 대기업의 지갑으로 빨려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지적이 빗발쳤다. 급기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국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지속운영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그런데도 인천공항 측은 면세점 운영자 입찰을 강행했다. 이른바 ‘톱4’ 상품으로 불리는 향수·화장품·술·담배를 롯데가 독점하는 상황은 그대로 둔 채 지난해 12월 1차 입찰을 진행했다. ‘당연히’ 유찰됐다. 돈 되는 품목이 제외됐는데 달려들 기업이 있겠나. 그러자 주류와 담배를 슬쩍 끼워 넣고 지난 1월 21일부터 2차 입찰을 시작했다. 물론 일부 품목에 대한 제한을 없애는 대신 임대료는 올렸다. 아울러 공기업과 그 자회사는 입찰 자격조차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관광공사를 의식한 조치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면세점 사업은 공공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가 당연이 거둬야 할 세금의 일부를 받지 않는 특혜가 전제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면세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윤이 일정 부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환원되어야 하는데, 그나마 그리 될 가능성은 관광공사 외엔 없어 보인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관광 인프라가 태부족이란 건 누구나 안다. 혈세를 덜 쓰고도 그 문제를 조금씩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돌아가게 만들려고 하는가. 억지춘향으로라도 우수 국산품들을 면세점 매장 위에 올려놓을 곳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주변의 지적을 수용할 수 없다면, 정권 말기에 매각작업을 서둘러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고 인천공항의 면세점 민영화 문제를 차기 정부의 몫으로 돌려라. 그게 옳다.
angler@seoul.co.kr
2013-02-0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