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장애인 이동권 요구가 투정인가/한승혜 작가

[2030 세대] 장애인 이동권 요구가 투정인가/한승혜 작가

입력 2022-03-28 20:32
수정 2022-03-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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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혜 작가
한승혜 작가
몇 달 전 운동을 하다 발을 다쳤다. 퉁퉁 부어오른 왼발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한밤중에 운전을 해서 응급실로 향했다. 혼자 걷기 힘들었으나 그 정도로 구급차를 호출하는 것도 망설여졌고, 병원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른발이 멀쩡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문제는 병원에 도착한 다음이었다. 주차장에서 응급실까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가 그렇게 멀 수가 없었다. 한쪽 발을 질질 끌다시피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땀범벅이 됐다. 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는 고민 끝에 휠체어를 빌렸다. 휠체어를 타면 주차장까지 가는 게 수월할 듯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응급실 출입구를 나오자마자 커다란 턱이 있었는데, 휠체어를 탄 나로서는 그 턱을 넘어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멀찍이 보이는 경사로는 막아 둔 상태라 돌아서 가는 것도 어려웠다. 한밤중이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엘리베이터까지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엘리베이터에 당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휠체어를 도로 반납하고 올 때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돌아갔다. 역시나 차에 도착했을 때는 녹초가 돼 버렸다.

 그날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남겼다. 다행히 부상은 한 달 정도 지나 자연스레 회복됐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혹시라도 다리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더라면. 앞으로 사는 동안 나는 그날과 같은 상황을 수도 없이 마주했을 것이다.

 지난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시민의 출퇴근을 볼모 삼는” 행위라고 말했다.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이미 93.0%에 달한다”며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경험을 통해 나는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안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엘리베이터만으로는 무엇도 보장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곳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고 말이다.

 몇 달 전 나는 자칫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국내 장애인 중 후천적 장애인의 비율은 절반이 훨씬 넘는다. 즉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장애인’의 생존권에 관한 것이지만 실은 ‘비장애인’인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많은 시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한낱 ‘투정’쯤으로 취급하며 노골적으로 혐오와 비난을 선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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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혐오하기는 쉽다. 비난하기도 쉽다. 특히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기는 너무나도 쉽다.
2022-03-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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