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혐오의 자화상/한승혜 주부

[2030 세대] 혐오의 자화상/한승혜 주부

입력 2021-04-08 20:16
수정 2021-04-09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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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혜 주부
한승혜 주부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을 봤다. SNS 이용자들 중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유형별로 나눠 분석하는 내용이었는데, 읽고 나서 몹시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늘 이런 식이야. 대체 왜 이렇게 싫어하는 게 많을까? 사람이 왜 이렇게 비뚤어진 것일까? 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나? 남의 흠을 찾아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나?’

하지만 그렇게 혀를 끌끌 차던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심 한심해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그 멘트는, 10년 전 어떤 사람이 내게 한 말이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 그는 열을 내며 동료 직원의 험담을 하던 나를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 “넌 근데 싫어하는 게 왜 그렇게 많아?” 그날 밤새 씩씩대며 그 말을 곱씹었고, 얼마 안 있어 해당 인물과의 연을 끊어 버리고야 말았다.

그 말을 듣고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났는지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마음 깊은 곳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알고 있어서 용서할 수 없었다. 그가 했던 말이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글로 마음이 언짢았던 것 역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같은 선상이었다. 그 글을 쓴 이의 어떤 부분이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렸기에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타인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먼저 찾아내고, 남을 자주 트집 잡고 깎아내리는, 애써 감추려고 노력해도 잘 감춰지지 않는, 다스리려고는 하나 잘 되지 않는 나의 안 좋은 성미를 해당 글이 거울처럼 그대로 반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가 괜히 마음에 들지 않거나 거슬리던 때는 늘 비슷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어 발버둥치는 사람이 보기 싫게 느껴지던 순간은 내 안에 인정 욕구가 갈급한 상황이었고,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 무리하는 사람이 괜히 눈에 밟히던 때는 내 안에 비굴함이 넘치던 시기였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극대화했을 때,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을 때 분노는 늘 밖으로 뻗어 나갔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특히나 SNS를 하다 보면 이런 모습들이 유난히 잘 보이곤 하는데, 정치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호통을 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실은 누구보다도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며, 남을 가르치려 들지 좀 말라고 반발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상당히 교조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미워진다면 실은 자기 자신을 먼저 살펴볼 일이다. 무언가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것은 실은 그것이 내 안의 부정적인 무언가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주 오래전 김영하 소설가가 사람들은 사실 자기가 혐오하는 것들과 닮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참으로 맞는 듯하다.
2021-04-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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