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누리 스타트업 IR 리더
대개가 재택근무를 하는 중에 전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록다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의식주의 영위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이들을 필수업종 종사자, 영어로는 에센셜 워커(Essential Workers)라고 부른다.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사, 간호사, 의료 노동자와 방역 공무원, 경찰관, 환경미화원과 같은 공공 영역도 포함된다. 무엇보다 택배와 같은 물류배송업 종사자, 농촌 노동자와 식가공업체 종사자, 그리고 슈퍼마켓 직원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시민 대다수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생필품을 구매하고 최소한의 일상을 지킬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에센셜 워커는 누구일까. 소위 ‘스태프’라 불리는, 지원부서 직원들이다. 재무, 법무, 인사, 총무 등. 회사가 회사로 유지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다른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말 그대로 필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기 전까지 우리가 에센셜 워커들의 고마움을 거의 인지하지 못했듯, 일반적으로 이러한 스태프의 존재 가치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커지면 인사, 재무 부서의 입김이 세지는 사례도 많지만 분배 가능한 자원이 제한적인 스타트업에서는 기획, 개발, 영업 같은 프런트 직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대체로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태프 부서의 업무란 눈에 잘 띄지 않게 마련이다. 노력해도 화려한 성과가 없다. “매일 아무 일 없이 회사가 굴러가게 하는 것”이 이들의 존재 목적이다. 오히려 평소에 아무리 잘해도 조그만 실수 하나가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잘해야 본전, 자칫하면 큰 리스크가 발생하니 업무 의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이들에게 가장 큰 격려는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여러분 덕분에 이번 계약도 무사히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회사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임직원이 불편함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혁신과 변화의 첨병인 스타트업에서 역설적으로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맞이할 수 있도록 수면 아래서 쉴 새 없이 백조의 물갈퀴질을 하는 이들이 바로 스태프들이다. 코로나19 덕분에 비로소 우리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듯, 오늘도 온몸으로 수많은 리스크를 막아내며 분투하고 있는 스태프, 스타트업의 ‘에센셜 워커’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
2020-08-07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