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새로 정의돼야 할 공정한 경쟁/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새로 정의돼야 할 공정한 경쟁/김영준 작가

입력 2019-08-29 17:36
수정 2019-08-3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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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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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성취는 그 개인이 가진 자원의 총량에 의해 결정된다. 읽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이 말을 긍정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 사례를 떠올리며 반박하고 싶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 그리고 운에 따라서 개인이 가진 자원보다 못한 결과를 내는 사람도 있고 자원 이상의 결과를 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개인이 가진 자원만큼의 결과치를 내게 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윗세대의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아랫세대에게 호통을 치는 사람들이 꼭 등장한다. 저분들은 별다른 자원 없이도 성과를 냈는데 아랫세대는 나태하고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자원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전쟁 이후 자본시설은 파괴되었고 우리 사회는 사실상 초기화됐다. 모두가 가난하고 모두가 없었던 시절이니 이 시기엔 개인의 특질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분명 개개인이 가진 자원은 결과에 영향을 줬던 것이 사실이었다. 산업화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공부시킬 자식과 빨리 취업해서 돈 벌게 할 자식을 구분 짓던 것이 비교적 일반적인 이야기 아니었는가?

지금은 전후을 기준으로 해도 3세대를 훌쩍 넘었다. 그리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부, 인적 네트워크, 정보 등과 같은 자원의 축적량은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할수록 개인이 가진 특질의 차이보단 가진 자원의 총량 차이가 더욱 커졌기에 개인의 특질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자원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면 이것은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있을까? 사회 한쪽에서는 바로 이런 물음을 가지고 의문을 제기하며 과거처럼 100% 노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사회가 와야 한다 주장한다. ‘1만 시간의 법칙’과 ‘그릿’(Grit)이 이들의 성경이다. 그러나 100% 노력으로 경쟁하는 것이 공정하다 말하긴 어렵다.

카일리 림펠드 외 3인의 ‘진정한 노력과 유전’(True Grit and Genetics) 연구에 의하면 노력(Grit)의 형성 요인을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구분했을 때 유전적 요인이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부유하고 자녀에게 물려줄 자원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노력이나 기질을 물려받는 것도 운이 필요한 일이다.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도 운이고 부모로부터 좋은 기질을 물려받는 것도 운의 영향력이 크다면 대체 공정한 경쟁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공정한 경쟁의 정의는 대체 무엇일까? 어느 영역까지를 공정한 경쟁의 범위에 포함할 수 있는 것일까?

현재 사회적으로 합의된 공정한 경쟁의 기준은 없다. 각자 유리한 것을 공정하다고 주장할 뿐이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바로 공정한 경쟁의 새로운 합의다. 과거의 경험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과거의 것은 과거니까 그렇게 돌아간 것뿐이다.
2019-08-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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