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이제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이제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9-11-24 17:22
수정 2019-11-2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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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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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종료 시한을 6시간 앞두고 지난 8월 통보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이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144일 만이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배제한 지 112일 만이다. 또 우리 정부가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지 정확하게 3개월이 된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조건부 연기’를 선택했다. 정확히 ‘지소미아를 종료한다고 일본에 통보한 우리 정부 외교문서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법으로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와 한일 관계 등 외교적 갈등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좌면우고(左眄右顧) 끝에 어렵게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 혈맹인 미국에 대한 배려가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해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뿐 아니라 의회까지 나서 전방위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마크 내퍼 국무부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 등은 최근까지 한일을 오가며 막판까지 물밑 조율을 했다. 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최근 서울을 방문하는 등 지소미아 유지에 ‘공’을 들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로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했다. 그뿐만 아니다. 미 상원은 지난 21일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지소미아 연장을 위해 미국 전체가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난뿐 아니라 ‘팍스 아메리카 시대의 몰락’이라는 국제사회의 놀림,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무시 등 외교·안보적으로 큰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연장 결정에 ‘쌍수’를 들고 즉각 환영했다. 한국 정부가 체면을 살려 준 것이다.

이제는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할 차례다. ‘무례와 탐욕으로 범벅된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지소미아의 종료를 연기한 한국 정부의 체면을 세워 줘야 한다. 특히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기존 분담금(1조 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약 5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접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수준의 청구서를 내밀어야 한다.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도 한국이 국내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지소미아를 조건부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해 트럼프 행정부도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쪽으로 바꿨다. 뉴욕타임스는 22일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루즈-루즈’(lose-lose)란 사설에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는 ‘터무니없는 요구’이자 ‘동맹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자동차 232조’의 적용에서 한국의 제외도 발표해야 한다. 어치피 해줄 거라면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 줬다.

앞으로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소미아 종료의 ‘불씨 재점화’라는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반미 감정의 고조로 한미동맹의 틈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가치가 ‘돈’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존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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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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