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국과 일본 신임 대사들의 메시지/이석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국과 일본 신임 대사들의 메시지/이석우 도쿄 특파원

이석우 기자
입력 2016-07-29 18:12
수정 2016-07-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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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도쿄 특파원
이석우 도쿄 특파원
이준규 신임 주일 한국대사에 대한 일본의 한국 관련 관계자들의 관심이 이례적으로 뜨겁다. 일본 정·관계 및 기업의 한국 업무 관계자들이 지난 1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신임 대사에게 유별난 관심을 보인 까닭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이 상정해 왔던 후보자 밖의 ‘예상 외 인물’이란 점이다. 이병기·유흥수 전 대사 임명 당시 때부터 유력하게 거론됐던 대표적인 일본통을 제치고 이준규씨가 발탁된 이유와 배경이 뭘까 하는 화제가 뜨거웠다.

이들은 한발 나아가 “한국 정부의 신임 대사 임명을 어떤 메시지로 읽어야 할까”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 정부도 비슷한 시기에 주한 일본대사를 바꿨다. 아베 신조 총리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외무심의관을 7월 19일자로 주한대사에 임명했다. 네덜란드 대사를 거쳐 2013년 7월부터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을 맡아 온 나가미네의 주한대사 임명의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유엔대사로 나간 거물급 벳쇼 고로 전임 대사는 격랑기에 흔들리는 ‘위기의 한·일 관계’의 파고를 헤치며 정치 문제에 치중했다. 나가미네는 관계 개선기로 접어든 한·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경제 실리 추구라는 점에 중점을 둘 것임을 알리고 있다. 그는 외무심의관으로서 ‘간테이’(총리관저)와 호흡을 맞추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이뤄 내는 데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가 실무 능력을 인정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아베 정부는 “한국이 과감한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으로 ‘자유무역의 영토’를 늘리는 동안 시간을 낭비하며 뒤처졌다”고 자평해 왔다. 한국의 자유무역 정책을 세심하게 검토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TPP 가입 등의 승부수를 던지며 뒤쫓고 있다. 한국의 TPP 가입 시도, 한·중·일 FTA 등이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무역 및 다자협상 전문가의 주한 대사 임명은 상징적이다.

이와 달리 일본 측은 “한국의 주일대사 임명에 대한 메시지를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부임 직전 당시 이준규 내정자의 ‘발신’을 일본 측은 당혹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 한국의 TPP 가입에 대한 일본의 지원 기대 등을 언급했다.

일본 측은 이런 발언들이 양국 간 조율이 안 된 상황에서 던진 ‘일본 측을 압박하려는 시도’나 ‘돌출 발언’으로 과민하게 반응했다. 직선적인 한국인들과 달리 조심스럽고 우회적이며 하나의 사안을 이리 살피고 저리 뜯어 보며 곱씹는 일본적 분위기에서 한·일 관계 메시지 곡해는 적지 않았다. 같은 말과 단어도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맥락 속에서 다르게 이해되는 법이다.

현재 한·일 관계는 바닥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평이지만, 노무현·이명박 정권을 지나면서 일본 내 친한파와 친한적 목소리들이 위축됐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와 연결 고리들마저 사라져 아쉬울 때 인적 접점을 활용하기도 어렵게 됐다. 회복기 한·일 관계에서 고위 당국자의 메시지 전달의 중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긴장은 한·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의 중요성을 더 높였다. 한·중 간 기술 격차 소멸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중단된 일본과의 핵심 소재 등 주요 기술 협력의 재개 의미도 더 각별해졌다. 의욕에 넘치는 신임 대사의 활력이 한·일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려면 일본의 문화적 맥락과 독특한 분위기를 더 배려하고 살피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다. 특명전권대사의 발언은 곧 대통령의 뜻과 의지로도 해석되는 까닭이다.

jun88@seoul.co.kr
2016-07-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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