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제네바합의와 북한인권법이 남긴 것/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제네바합의와 북한인권법이 남긴 것/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4-10-25 00:00
수정 2014-10-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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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부 차장
김미경 정치부 차장
최근 외교·안보 싱크탱크들이 모여 있는 워싱턴DC에서 모처럼 북한 관련 세미나가 봇물을 이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북·미 간 체결한 ‘제네바합의’ 20주년 세미나, 미 의회가 2004년 10월 18일 제정한 북한인권법 10주년 토론회 등이 잇따라 열려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지난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열린 제네바합의 20주년 세미나였다. 20일 세미나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등 당시 미 측 합의 주역들이 모여 20주년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북·미 간 최초의 북핵 합의로 기록될 만한 제네바합의가 결국 파기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지난 20년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당수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주문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가 합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북한과 결국 이뤄낸” <갈루치 전 특사의 서울신문 9월 26일자 2면 인터뷰> 제네바합의에 대한 평가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21일 세미나에는 갈루치 전 특사와 함께 조지 W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대북 협상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2007년부터 2년간 이어졌던 협상 궤도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유연하다. 우리는 대화 자체나 의제에 전제조건을 두지 않으며 북한의 요구사항과 불만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인 사일러 특사가 제네바합의를 평가하며 유연성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열린 북한인권법 토론회에서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비판하며 북한을 여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특히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 문제를 강조했는데, 공교롭게도 킹 특사의 발언이 나온 지 며칠 뒤 북한은 6개월 간 억류해왔던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석방했다. 북한은 최근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북한인권 결의안이 추진되자 자국 인권에 대한 자체 설명회에 이어 국제사회와의 ‘인권 대화’, 북한 내 인권 실태 현장 실사 논의 가능성 등 전향적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박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다.

제네바합의와 북한인권법 토론회보다 먼저 열렸지만 관심을 받지 못한 행사도 있었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전문가들과 함께한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평화안보구상 세미나였다. 소식통은 “한국이 동북아평화안보구상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내용이 모호하고 목소리가 약하다”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상대로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오는 28~30일 서울에서 열리는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참석을 더욱 독려하자. 동북아평화안보구상도 제네바합의와 북한인권법처럼 10년, 20년간 끊임없이 언급되고 평가돼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교훈을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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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lin7@seoul.co.kr
2014-10-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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