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너무나 다른 한국과 일본 선거/이종락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너무나 다른 한국과 일본 선거/이종락 도쿄특파원

입력 2012-12-01 00:00
수정 2012-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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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도쿄특파원
이종락 도쿄특파원
과연 선거의 계절이다.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한국은 물론 지금 현해탄 건너 일본에서도 온통 선거 얘기로 들끓고 있다. 일본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지난달 16일 난데없이 중의원(하원) 해산을 외쳐 오는 16일 총선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이 공교롭게도 권력이 교체되는 중요한 선거 정국을 3일 간격으로 맞이한 셈이다.

일본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을 너무 무시한다는 것이다. 국회 해산을 총리 1명이 마음대로 선언할 수 있는 체제가 코미디처럼 보인다. 물론 일본과 같이 의원내각제를 선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총리가 의회 해산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의회 해산이 일본처럼 즉흥적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일본에서는 21세기에 들어서도 2000년, 2003년, 2005년, 2009년에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렀다. 4년 임기이지만 2년반~3년꼴로 총리 마음대로 의회를 해산한다. 한국은 독재정권 시절 국회 해산권이 남용된 폐단을 없애기 위해 1987년 개정된 제6공화국 헌법부터 국회해산권이 전면 삭제됐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코너에 몰린 노다 총리는 지난달 16일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와의 당수 토론에서 갑자기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이후 여론은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 약속을 지켰다고 평가했지만 자신이 이끄는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현재의 당 지지율대로라면 자민당은 물론 일본 유신회에 이어 3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을 ‘도로 자민당’으로 만들어 버린 노다 총리는 개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을 버린 셈이다.

한번 의원에 당선되면 대를 이어 금배지를 물려 받는 것도 일본 정치와 선거의 후진성을 나타낸다. 특히 자민당은 2009년 총선 당시 세습 정치인이 문제가 되자 은퇴한 정치인의 배우자나 3촌 이내 친족의 지역구 공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내 원로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세습 금지 방침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세습 의원’ 논란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자민당의 스가 요시히데 간사장 대행은 “세습은 겨우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일본 선거 과정에서도 한국과 같이 정기적으로 각 당의 지지율이 공표된다. 재미 있는 건 여론조사를 언론사들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각 언론사가 여론조사 회사와 계약을 맺고, 회사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우리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진보(아사히, 마이니치, 도쿄)와 보수(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산케이) 등 이념적 성향에 따라 나눠진 일본 신문사들은 매월 여론조사를 통해 내각 지지도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 선거 정국에서는 주기적으로 당 지지율을 게재한다.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주도하다 보니 일본에서 여론조사는 ‘참고사항’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다. 정치와 정당의 머리 위에 앉아 있다. 언론사들이 편향적인 설문으로 자기가 지지하는 당과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등 여론조사의 부작용을 조장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신문사의 입맛에 맞춘 ‘권력 개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 사의 여론조사에서 일본 유신회의 지지율은 아사히에서는 9%로 민주당(13%)에 이어 3위였지만,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14%로 민주당(10%)을 앞섰다.

하지만 예측가능한 정치는 일본이 한국보다 앞선다. 한국은 지난 2002년에 이어 올해도 대선 전날까지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은 선거정국에서 공개되는 지지율의 흐름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민당과 일본 유신회의 득세로 일본 우경화를 우려하는 몇몇 지인들은 일본 양심세력의 막판 대분발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종종 해온다.

하지만 쉽게 마음을 바꾸지도 않지만 한번 바꾸면 다시 되돌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본인의 특성상 그런 기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일본 선거의 특징이다.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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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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