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도요타의 자만과 사죄/박홍기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도요타의 자만과 사죄/박홍기 도쿄특파원

입력 2010-02-20 00:00
수정 2010-02-2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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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전쟁이다. 상대는 미국이다. 지난달 21일 도요타가 8개 차종에 대한 리콜을 발표한 이래 미국의 공세는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품질·안전의 신화를 창조한 도요타가 미국으로부터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받는 형세다. 1937년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진단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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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사회부장
박홍기 사회부장
빌미는 도요타가 제공했다. 2009년 8월 도요타에 예기치 않은 사고가 터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렉서스가 급발진, 4명이 숨졌다. 운전석 매트의 결함을 이유로 11월 7개 차종의 426만대에 대한 자율 수리에 들어갔다.

지난달 또다시 가속페달 문제가 밝혀져 550만대의 리콜에 나섰다. 급기야 지난 9일 자부심의 결정체인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역시 리콜이 발표됐다. ‘최고의 품질은 도요타의 생명’이라는 모토와는 달리 부품 결함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노출시켰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말대로 “급속한 확장정책”에 치중하다 품질관리로 대변되는 ‘간반(看板)’을 소홀히 한 탓이다.

도요타는 명실공히 일본 제조업의 대표이다.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세계시장 진출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지난달 도요타의 점유율은 리콜 영향으로 하락했지만 14%를 차지했다. 일본 전체 차량의 미국 점유율은 무려 40%대다. 도요타는 2008년 세계 판매대수 897만대를 기록, 1931년 이래 선두를 지켜왔던 GM을 제쳤다. 1997년엔 세계 최초로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시킨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선보여 친환경차의 정점을 굳혔다. 도요타가 나는 사이, GM은 지난해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미국이 달가워할리가 없다.

확전도 도요타가 초래했다. 도요타는 초일류기업에 걸맞지 않게 미숙하게 대응했다. 한마디로 위기대처능력의 부재를 보였다. 도요타의 북미 법인은 현지의 심각한 분위기를 일본 본사에 통보했지만 본사는 시큰둥했다. 리콜을 발표한 지 12일이 지난 뒤에야 도요다 사장이 아닌 사사키 신이치 부사장이 첫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하자가 아닌 운전자의 (둔한) 감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되레 고객인 소비자에게 면박을 줬다. 일본과 달리 자동차가 일상화된 미국 소비자에 대한 모욕이나 마찬가지다. 뒤늦게 도요다 사장은 3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갖고 머리를 조아렸지만 소비자의 원성과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국은 확실한 기회를 잡았다. 미국 행정부, 의회, 자동차노조, 언론 등이 한목소리를 냈다. 레이 러후드 교통부장관은 “리콜 대상 차를 몰지 말라.”며 서슴지 않고 속내를 내비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의무가 있다.”며 거들었다. 미 하원과 상원은 3차례의 도요타 청문회 일정을 잡아놓았다. 미 하원은 불출석 방침을 보였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청문회 출석도 이뤄냈다. 미국의 ‘도요타 치기’에는 정치적 색채도 농후하다.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미 의회의 보호주의 등의 배경이 깔려 있다.

도요다 사장은 “도요타는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맞다. 그렇다면 더욱 소비자의 눈높이에, 반응에 귀기울여 대처했어야 옳다. ‘세계 최고 기술’이라는 자만에 빠져 ‘리콜=결함’이라는 일본의 규정에 너무 얽매인 듯싶다. 과신 탓에 늑장 대응이라는 화(禍)를 불렀다. 전쟁의 승패는 자명하다. 도요타의 패배다. 다만 전흔의 규모와 깊이가 문제일 따름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도요타의 위기에 반사이익을 챙기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잣대에 걸려들 경우, 언제든 ‘전쟁’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품질 및 안전성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의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말은 충분히 새겨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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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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