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숙 칼럼] 겉과 속 다른 韓 사법개혁, 국회 협의에 3년 日

[최광숙 칼럼] 겉과 속 다른 韓 사법개혁, 국회 협의에 3년 日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5-10-29 00:04
수정 2025-10-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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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독립 흔드는 사법개혁
대법관 증원에 ‘판결폭주’ 우려
日, ‘법조 3륜’ 의견 반영하고
양원에서 협의해 논란 없어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핵심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것이다. 재판의 신속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2배 가까운 증원은 너무 극단적인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논란도 일고 있다.

우리 사법제도의 원조 격은 일본이다. 3심제 운영 등 큰 틀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일본 역시 재판 지연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대법관 증원 대신 ‘재판 신속화법’을 제정해 신속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가 대법관 숫자를 늘리는 양적 접근을 한다면, 일본은 제도 개선이라는 질적인 접근을 택해 아예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

민주당안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현 정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임기가 만료되는 10명의 현직 대법관과 증원되는 12명의 대법관 등 최대 22명(84.6%)이 새로 임명된다. 정부 입맛에 맞는 대법관이 대거 임명된다면 삼권분립의 헌정질서가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대법관 숫자를 늘린다고 재판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인 만큼 ‘신속한 재판’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재판이 속도를 내려면 재판 지연의 본체인 1·2심 일선 판사 증원이나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 증원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다. 민주당이 사실상 4심제로 불리는 ‘재판소원’ 도입을 주장하는 것도 재판 기일을 줄이자는 입장과 모순된다.

사법시스템을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을 야당, 법조계와 숙의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처리하는 절차 문제 역시 사법개혁의 진짜 의도가 다른 데 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민주당이 갑자기 사법개혁에 올인하기 시작한 시점이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라는 것도 정치적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민주당은 2개월 만에 사법개혁안을 만들었지만, 일본은 사법제도개혁심의회의 설치법(1999년)을 시작으로 최종 ‘사법제도추진계획’(2002년)이 각의에서 의결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이후 최종 계획에 따라 분야별로 구체적인 개혁의 후속조치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재판 신속화법’(2003년)도 그렇게 제정된 수많은 법안 중 하나다.

이래저래 대법관을 증원하려는 여권의 본심은 ‘재판의 신속성’에 있지 않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내세우는 것과 달리 대중을 현혹·우롱하는, 겉과 속이 다른 법을 ‘상징입법’(symbolic legislation)이라고 한다. 지금 추진되는 사법개혁안이 그렇다. 최종 목적지가 ‘조희대 사법부’ 붕괴, 그 너머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관리라는 것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사법개혁 심의 주체도 정치성이 드러난다. 민주당은 당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다뤘지만, 일본의 사법제도개혁심의회의(사개심)는 내각의 정식 기구로 발족돼 중립적으로 운영됐다. 위원 구성도 사개특위는 위원 9명 모두 민주당 의원으로 당파성을 띨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 사개심은 국회 양원(중·참의원) 동의를 얻어 다양한 직군의 위원 13명으로 구성했다. 특히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와 일본변호사회 등으로부터 별도의 공식 입장을 들었다.

일본은 일찍이 1970년 국회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 ‘재판소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부대결의를 통해 사법제도개혁에 대한 중요한 원칙을 정한 바 있다. “앞으로 사법제도 개정은 ‘법조 3륜’인 재판소, 법무성(검찰), 변호사회 의견을 일치시켜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일본 사법제도 관련 법률안은 사전에 법조 3륜의 의견을 모은 뒤 국회에서 의결하는 것이 정치적 관행으로 정착됐다.

한일 간 사법개혁의 목적과 내용, 심의 주체 및 구성, 절차 등을 보면 어느 나라가 진짜 사법개혁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일본의 사법개혁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적어도 사법개혁에 임하는 자세와 추진 방식은 우리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사법부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이념의 균형추 역할도 해야 한다. 의석수를 무기로 ‘입법폭주’가 벌어지는 국회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많은데 대법관 수(數)로 밀어붙이는 사법부의 ‘판결폭주’는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최광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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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대기자
최광숙 대기자
2025-10-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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