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숙 칼럼] ‘방탄 대법원장’과 ‘한밤중의 판사’/대기자

[최광숙 칼럼] ‘방탄 대법원장’과 ‘한밤중의 판사’/대기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3-04-11 01:08
수정 2023-04-1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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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명수2’ 대법원장 추진
퇴임 직전 판사 무더기 임명한
美 애덤스의 사법부 장악 판박이
‘민주주의 흑역사’ 묵과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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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대기자
최광숙 대기자
“대통령은 왔다가 가지만, 연방대법원은 영원하다.”

윌리엄 태프트(27대)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그는 퇴임 후 연방대법원장까지 지낸 미국의 유일한 인물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모두 해봤더니 대통령보다 연방대법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추천위원회를 꾸려 후임 대법원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민주당으로서는 태프트의 이 말이 가슴 절절히 공감될 것이다.

대선 패배로 대통령 자리는 내줬지만 6개월 후 바뀔 대법원장 자리를 넘겨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차기 대법원장까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면 민주당은 거대 야당으로 입법권력에 사법권력까지 장악해 사실상 삼권 중 행정부를 제외한 두 개 권력을 움켜쥐게 된다.

민주당은 왜 대법원장 자리에 연연하는가. 놀랍게도 미국 건국 초기인 1801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연방주의자이던 존 애덤스(2대)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화주의자이던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령에게 패하자 ‘이재명의 민주당’처럼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꼼수’를 썼다.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잃게 된 애덤스는 사법부만이라도 연방주의자들이 장악하려고 퇴임 불과 이틀 전 연방판사 42명을 늘리고 모두 연방파들을 지명했다. 그리고 퇴임 하루 전 한밤중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 임명장에 서명했다. 이른바 ‘한밤중의 판사’(Midnight Judge)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급하게 서두른 탓에 한밤중에 이들의 임명장이 모두 전달되지 못한 채 날이 밝아 제퍼슨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제퍼슨은 화가 나 임명장 전달을 중단시켰다.

이에 임명장을 전달받지 못해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던 윌리엄 마버리 등 4명은 연방법률에 따라 연방대법원에 자신들의 임명장을 교부해 달라고 제임스 매디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소송을 걸었지만 각하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마버리 대 매디슨 판결’(1803년)이다. 이는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은 무효라는 것을 보여 준 최초의 판결이다.

220여년 전 여야 정권교체 과정에서 일어난 ‘한밤중의 판사’ 사건을 소환한 이유는 법원조직법을 고쳐 대법원장 자리를 탐하는 민주당과 애덤스의 행태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을 잃은 자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본질은 똑같다. 애덤스가 한밤중에 판사들을 대거 임명한 것은 정적에 의해 연방파들이 탄압받을 경우 사법부 동지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민주당 역시 김 대법원장 퇴임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 지명권을 비롯해 대법관 제청권과 법관 임명권을 갖는 사법부의 수장이다. 사법부의 ‘색깔’과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위치이기에 민주당은 김명수 뒤를 이을 ‘방탄 대법원장’이 절실하리라.

당장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백현동 개발 사업의 배임 및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줄줄이 기소돼 앞으로 수시로 재판에 출석하는 처지다. 라임펀드 의혹 등의 수사가 본격화되면 연루 의혹이 있는 전 정권 인사들도 전전긍긍할 것이다. 법원 주요 요직의 ‘코드 인사’와 진보 진영 인사들에 대한 재판 연기 등 ‘사법의 정치화’도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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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권력을 잃은 비리 정치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의탁처로 전락시키려는 민주당. 헌법에 반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대법원장 자리를 장악하려는 민주당의 시도는 ‘민주주의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2023-04-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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