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이런 일상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서울신문의 ‘노인빈곤’에 관한 특집 기사(12월 14일자)를 읽고 나서다. 특히 심리부검을 통해 본 노인빈곤에 관한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매년 3500명 정도가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러 원인 중 경제적 빈곤(40%)과 건강(20%) 문제가 60%를 차지하게 되는데, 사실 건강 상실로 인한 가정 경제가 궁핍해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경제적 빈곤이 극단적 선택의 주된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노년의 빈곤으로 인해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성실하고 정직하게 세상을 살아왔던 분들이다. 그저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자식들을 기르느라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항상 자신들보다는 자식의 삶을 먼저 생각했던 부모님 세대의 삶이 아프게 느껴진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일컬어지는 미국과 경제대국인 일본 또한 6명 중에 1명 이상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그 어떤 나라도 빈곤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과 선도를 통해 어느 정도는 빈곤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자식들을 위해 살다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노년의 빈곤을 받아들이게 됐지만, 사실 지금의 중년층도 부모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입의 많은 부분을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는 바람에 노년을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신문(경인일보 2015년 2월 27일자)에 따르면 2015년 학생 1인당 사교육비 평균이 29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평균치가 그렇다는 말이다. 졸업한 제자들에게 물어보면 고등학생의 경우 100만원이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도 적지 않은 금액인데 자녀가 둘 이상 된다면 어마어마한 지출이 아닐 수 없다. 자식 교육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희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세대와 현 세대가 다르지 않다.
왜 이토록 사람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희생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자식은 자기보다 잘살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희생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자식 세대가 부모를 공양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어찌 보면 노년에 자식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들을 돕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서울신문의 특집 기사가 노년의 빈곤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그동안 여러 신문과 언론에서 불효자 방지법을 둘러싼 기사를 통해 노년의 빈곤 문제에 대해 일시적으로 관심을 갖긴 했지만 곧 사그라들기 일쑤였다. 이번 특집을 계기로 서울신문에서 이 땅의 부모들이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계도해 주기를 바란다.
2015-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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