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키워드 ‘여성’ 그리고 여성 리더/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키워드 ‘여성’ 그리고 여성 리더/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입력 2013-06-05 00:00
수정 2013-06-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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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요즘 한국의 키워드는 ‘여성’이다. 그에 걸맞게 5월 중후반 서울신문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인터뷰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격차 해소 보고서 기사가 연이어 실렸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신문에서 차지하는 여성 관련 기사는 그에 훨씬 못 미침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는 고무적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아직 적응이 덜 되어 있는 듯, 여성 리더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색해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관찰된다. 리더십의 개인차도 단순한 개인차가 아닌 남녀차의 일환인 것처럼 판단하기도 한다. 변화가 있으면 적응을 해야 하기에, 요즘 리더십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조직이 많다. 그래도 시대가 변했는지 각 분야의 여성 리더, 특히 젊은 여성 리더에 대한 불신과 비아냥거림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남성 리더와 달리 여성 리더에게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유보적 판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고위직에 여성의 수가 적다 보니 같은 상황에서 더 현저하게 눈에 띄고, 그래서 일거수일투족에 더 관심을 받기 쉽다.

대개 다수의 여성과 한 남성이 있을 때 남성이 리더로 지목되는 경우는 많지만, 다수의 남성과 한 여성이 있을 때 여성이 리더로 지목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사회심리학 연구 결과도 있다. 이것은 대체로 좋은 리더의 특성이 호감을 주는 남성의 특성과는 일치하지만 호감을 주는 여성의 특성과는 일치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결단력과 추진력 있는 남성을 ‘좋은’ 남성으로, 상냥하고 친화력 있는 여성을 ‘좋은’ 여성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 리더들은 간혹 ‘정치적이지 못하다’거나 ‘일만 하며 인맥 관리를 할 줄 모른다’는 등 성차별적 편견에 근거한 부정적 평가에 노출되기 쉽다.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듯, 여성들은 ‘관계를 상하고 싶지 않아’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관계지향적’이라는 의미다. 그런 여성 리더가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추진력을 발휘하려면 더 강한 내공이 필요하다.

다소 고정관념화된 구분이긴 하지만 세부사항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여성 리더 스타일, 큰 줄기와 비전을 제시하고 작은 부분은 실무진에게 맡기는 것은 남성 리더 스타일이다. 폭탄주를 돌리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것은 남성 리더 스타일,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한가족’임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 리더 스타일이다.

21세기에는 다원적, 수평적 소통 리더십이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은 여성 리더 스타일의 재평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제 좋은 리더의 특성이 호감을 주는 여성의 특성과 일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평적 소통을 하는 남성들에게 ‘힐링 리더’라며 많은 팬들이 몰리는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에는 여성과 남성의 리더십 스타일이 수렴돼 가는 경향도 보인다. 대립보다 화합의 리더, 소탕보다 소통의 리더가 우리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다.

겉치레가 아닌 마음속까지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람이 성별과 여야를 불문하고 이 시대 적자생존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볼 때 성 관련 스캔들도 줄어들 것이고, 더 나아가 여성 리더를 폄하하지 않을 때 비로소 소통이 잘되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13-06-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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