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풀뿌리 정치] 여야 대리전인 서울시장과 시의회 갈등

[정세욱 풀뿌리 정치] 여야 대리전인 서울시장과 시의회 갈등

입력 2010-12-29 00:00
수정 2010-12-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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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무상급식 실시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2012년부터 중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의 ‘친환경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1일 기습 통과시킨 데 대해, 오 시장은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한다.”며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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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한나라당과 오 시장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가 부담한다면 한정된 재원으로 부잣집 자녀에게까지 공짜밥을 제공하는 대신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낙후 교실 개선 등 주요 사업들은 차질을 빚게 된다며, 다른 교육사업을 포기하면서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이 예산의 효율성 요구에 적합한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무상급식은 민주당이 6·2 지방선거 때 내걸어 반짝 지지를 얻은 인기영합적 발상이라며, 부자 무상급식은 서민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등 교육정책에 대한 TV 공개 토론을 제안했지만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시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민주당과 곽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이 의무교육이므로 무상 급식 지원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며 가계 비용을 경감시키는 실질적 감세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 시장의 주장대로라면, 부자에게까지 학습 준비물을 나눠주는 ‘3무(無)정책’(사교육·학교폭력·학습준비물 없는 교육정책)도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소득하위 30%까지 급식비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에 따라 새해 예산안에 초·중·고 학생의 5%를 추가 지원하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시의회는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을 넘겼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정례회 회기를 연장하여 29일에 의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상 급식 예산은 반드시 확보하고 전시성 예산은 대폭 삭감하며, 의회 출석을 거부한 오 시장을 대법원에 고소하기로 해 갈등은 오히려 증폭될 전망이다.

서울시장과 시의회 민주당의 주장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시의회는 법을 어겼다. 시의회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무상급식 지원조례 일부 조항은 학교 급식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더구나 조례 내용이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때에는 시장의 동의 없이 의원 발의만으로 조례안을 의결할 수 없는데, 시의회 민주당은 이런 중요한 절차를 무시했다. 시의회가 견제의 범위를 넘어 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이 조례에 따라 새로 급식계획을 만들려면 6개월 이상 소요되므로 시의회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학교 급식을 못하게 하는 조례를 만든 셈이다.

시의회 민주당은 “예산안 심의를 통해 무상급식 관련 재원을 반드시 확보하고 전시·홍보성 예산을 사람중심 예산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다수의 힘으로 민주당의 정치적 입맛에 맞게 예산을 새로 짜려는 태세다. 이는 예산안 편성권을 시장에게 부여하고, 시의회는 시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제127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무상 급식에만 매달리느라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12월 16일)을 넘긴 것은 시의회 책임인데, 시의회 민주당은 오히려 오 시장이 예산안 심사를 못하게 조장하여 의회의 권한이 침해됐다는 억지 논리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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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과 시의회의 싸움은 여야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주민을 위한 자치’를 하자고 출범한 지방자치가 ‘정당을 위한 자치’로 변질됐으니 말이다. 서울시의회는 국회에서 여야가 벌이는 나쁜 면만 보고 배워서 똑같이 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강행 처리한 집권당의 대표가 예산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조차도 몰랐고 심사과정부터 엉터리였다.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예산안 날치기 처리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런 민주당이 서울시의회에서는 위법하게 무상급식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내가 날치기 통과를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원천무효라는 말에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2010-12-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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