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풀뿌리 정치]6·2지방선거 평가와 과제

[정세욱 풀뿌리 정치]6·2지방선거 평가와 과제

입력 2010-06-09 00:00
수정 201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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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참패, 민주당 대(大)약진으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역풍을 맞아 2004년 4월 총선에서 대패한 뒤 심기일전, 그 후 두 번의 재·보선,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4월 총선에서 연승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2008년 여름 광우병 촛불시위에 시달린 후 지난해 4월과 10월 치러진 재·보선에서 연패하며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집권세력은 경고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지지율이 50%에 가까운 데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선거와 관련한 다른 정치이슈들이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민심은 한나라당을 호되게 심판했다. 민주당은 한껏 고무되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잘해서 압승한 게 아니라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의 통로로 민주당을 활용했다고 보여진다. 정권으로부터의 민심 이반에 따른 반사적 이익을 얻은 민주당이 마치 개선장군처럼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도를 벗어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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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6·2 지방선거는 숱한 교훈과 과제를 남겼다. 지난해 재·보선에서 패배한 후 한나라당에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을 국민과의 소통 없이 밀어붙이지 말라, 권력의 오만함을 버리라, 친이·친박계 간의 분열을 봉합하라는 등 국정쇄신 요구가 쏟아졌지만 지금까지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선거의 직접적 패인은 여기에 있다. 세종시 문제로 친이·친박은 더 갈렸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민주당은 수권능력을 가진 제1야당이라기보다는 ‘대안 제시 없는 투쟁,’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정치집단으로 국민에게 각인됐다. 툭하면 국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물리력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했고, 세종시 수정안, 미디어법, 한·미FTA 등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거리로 뛰쳐나갔다. 의회정치의 주역이기를 포기하며 당격(黨格)을 추락시켰다. 이제는 반대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난해 5월 발표한 ‘뉴 민주당 플랜’에 담긴 약속과 다짐을 실천하여 수권정당으로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여야의 정당공천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중 113명(49.1%)이 인·허가와 공무원 채용·승진 등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그중 45명(19.6%)이 물러났다. 막대한 헌금을 받고 공천을 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의 비리를 부추긴 셈이다. 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누구도 책임진 적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랬다. 후보의 도덕성·능력·당선가능성을 무시하고 고액의 공천헌금 납부자나 ‘자기 사람’만 공천했고, 이로 인해 도처에서 공천잡음이 일었다. 특히 한나라당,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영·호남에서 심했다. 영·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기초단체장에 당선된 수는 경북 6명, 경남 6명, 전남 7명이다. 전남 4개 대도시 중 여수·순천·광양의 현·전 시장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것은 정당공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야는 잘못을 인정하고 기초단체 정당공천을 금지해야 한다.

이번 선거도 지방이 실종된 지방선거였다. 세종시, 4대 강에 이어 천안함 침몰이란 돌발변수까지 겹쳐 과거에 비해 중앙정치가 더 소용돌이쳤고 지역쟁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후보자 개개인의 신상과 그들이 제시한 지역공약도 가려졌고, 차분한 정책경쟁은 찾기 어려웠다. 이번 선거에서 같은 기호의 후보자에게 찍는 ‘줄투표’ 행태는 다소 줄었다. 서울시장은 한나라당 후보를, 구청장은 25명 중 민주당 후보 21명을 뽑았고, 강원도지사는 민주당 후보를, 시장·군수는 18명 중 한나라당 후보 10명을 뽑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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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이번 선거결과를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로 받아들여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권의 향방이 갈릴 것이다. 민주당도 변해야 할 때 변하지 못하면 민심은 민주당에서 떠나갈 것이다. 경남 도지사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고, 한나라당 광주시장과 전북·전남 도지사 후보는 10% 넘는 득표를 했다. 6·2 지방선거는 정당들에 보내는 국민의 공개경고라고 보아야 한다. 민심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2010-06-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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