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호선은 처음부터 맞게 만들어졌다

[기고] 9호선은 처음부터 맞게 만들어졌다

입력 2026-01-13 18:08
수정 2026-01-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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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신호·설비 개량 교체 시점
운영 체계 재정렬할 수 있는 기회

서울 지하철 9호선의 혼잡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출근 시간대 급행열차는 상시 과밀 상태에 놓여 있고, 시민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완행 열차를 선택하거나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 동선을 거꾸로 설계하는 비정상적인 선택을 일상처럼 감내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불편이나 인내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교통 정책이 수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종종 ‘초기 설계의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초기부터 ‘강서-여의도–강남’을 연결하는 수요가 높은 간선 노선으로 계획됐다. 거의 모든 역사의 승강장은 8량 열차 운행을 전제로 설계·건설됐다. 이는 과잉투자가 아니라 도시성장과 미래 수요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판단이었다. 오늘의 극심한 혼잡은 오히려 그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운영 책임의 지연이다. 9호선은 플랫폼과 토목 구조물은 이미 미래를 향해 준비돼 있었지만 실제 운영은 4량에서 시작해 수년째 6량 체계에 머물러 있다. 수요가 임계점을 넘었음에도 서울시는 ‘안전’, ‘기술적 검토’를 이유로 전환 결정을 반복해서 미뤄 왔다. 그러나 안전은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반드시 충족해야 할 조건이다. 안전을 이유로 시민의 일상적 고통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공공교통의 책임 있는 태도라 보기 어렵다.

특히 지금은 정책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결단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시점이다. 도시철도 신호·통신 설비는 통상 약 10년 단위의 수명주기를 갖는다. 9호선 역시 주요 신호 설비의 개량·교체 시점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지보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체계를 재정렬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이 시점에 기존 6량 기준을 그대로 연장한다면, 서울시는 몇 년 뒤 다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같은 설비를 고쳐야 하는 중복 투자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교체 시점에 맞춰 8량 운영을 전제로 신호체계를 재구성한다면 비용과 공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적인 수송 능력 확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정책 우선순위는 엇갈려 왔다. 서울의 동서 이동 문제는 도로 혼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상당 부분은 대중교통, 특히 도시철도가 감당하고 있으며 그 부담의 중심에 9호선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핵심 철도 노선의 수송 능력을 확충하는 일이어야 했다.

그러나 매일 수십만명의 시민이 ‘지옥철’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의 동서 이동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도시철도 정책보다 한강버스가 우선순위에 놓여야 했는지는 분명히 따져 물어야 한다. 관광성과 상징성이 강한 정책이 시민의 노동과 생활을 지탱하는 교통 인프라보다 앞설 수는 없다.

8량 기준으로 토목시설을 구축한 과거의 판단은 실패가 아니라 선견지명이었다. 문제는 그 판단에 부합하는 운영 전환을 신호 설비 교체 시점이라는 현실적 계기마저 놓친다면 이는 더 이상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정책적 무책임의 문제가 된다.

9호선은 처음부터 맞게 만들어졌다. 이제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워진 계획에 맞게 운영할 책임을 더 이상 미루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적정 시점이다. 더 늦어진다면 그 비용은 다시 시민의 시간과 안전 그리고 삶의 질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현 국립한국교통대 산학협력단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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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국립한국교통대 산학협력단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서울신문DB
김현 국립한국교통대 산학협력단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서울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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