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꼼꼼한 원순씨, 정치인과 행정가 사이/황비웅 사회2부 기자

[지금&여기] 꼼꼼한 원순씨, 정치인과 행정가 사이/황비웅 사회2부 기자

입력 2014-10-11 00:00
수정 2014-10-11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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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웅 사회2부 기자
황비웅 사회2부 기자
“서울시장보다 아빠가 더 좋은가 보구나. 허허….”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나왔다. 시청 근처에서 아내와 딸을 차에서 먼저 내려주고 손을 흔들고 있는데, 차창 밖으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박원순 시장이었다. 그는 기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 뒤 딸아이를 안고는 아내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줬다.

우리한테만 그런 호의를 베푼 게 아니었다. 지나가는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하고도 사진 좀 찍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고, 그는 그때마다 흔쾌히 사진촬영에 응했다. 아내는 “다른 정치인 같으면 아기하고 같이 사진 찍어달라고는 안 했을 것 같아. 근데 꼭 옆집 아저씨같이 푸근하고 연예인 같은 느낌이더라고”하며 소감을 말했다. 참고로 기자의 아내는 정치 성향이 거의 없다.

이게 바로 ‘원순씨’의 장점이다. 그는 항상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그가 펼친 선거운동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도보로 서울시민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정치인답지 않은 소탈한 그의 행보에 시민들은 지지를 보냈고, 이는 재선의 원동력이 됐다.

정치부에서 지방선거를 치르고 시청팀으로 출입처를 옮긴 뒤 그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책상 위에 서류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대부분 시청 관련 기사를 프린트한 것이다. 그는 “빼놓지 않고 여러분들 기사를 본다”고 자랑했다. 그만큼 여론과 시대 흐름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도 손색이 없는 듯했다. 그럼 서울시장의 본업인 행정가로서는 어떨까. 그의 별명은 ‘꼼꼼한 원순씨’다. 지독한 워커홀릭에 일 처리는 더할 나위없이 꼼꼼하다. 무려 50여 가지 시정을 한꺼번에 챙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가 과연 행정가로서 꼼꼼한 만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불쑥불쑥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임시승인 여부를 두고 ‘프리오픈’이라는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안전 문제를 떠넘기는 무책임함을 보인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책정 불가 방침에 대해서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시는 예외라고 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주요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 논란도 매끄럽지는 않았다.

재선을 발판으로 야권 대권후보 1순위로 발돋움한 ‘꼼꼼한 원순씨’가 정치인과 행정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시정 100일을 맞아 초심불망(初心不忘) 자세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의 별명대로 행정가로서의 책임감과 꼼꼼한 면모를 좀 더 챙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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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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