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산 장외발매소’ 외곽 이전이 답이다/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기고] ‘용산 장외발매소’ 외곽 이전이 답이다/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입력 2014-07-25 00:00
수정 2014-07-2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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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현대는 속도의 사회다. 빠른 속도로 남보다 더 멀리 가는 경쟁에 지나치게 매달리곤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빠르게 멀리 가도 올바른 방향이 아니면 헛걸음이나 마찬가지다.

세상 일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잠시 속도를 늦추고 ‘맞는’ 방향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이전 문제를 생각해 보자. 한국 마사회는 마권장외발매소를 기습 개장했고, 구민들은 이 시설이 서울시 외곽으로 나가길 바란다. 마사회는 기습 개장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좀 더 멀리 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맞는’ 방향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마사회 장외 발매소 개설승인절차 및 요건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장외발매소 이전 시에는 가급적 도심 외곽 지역을 우선 검토하되,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등 민원 발생 소지를 최소화한 후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동일 지역 내 이전 시에는 제외’라는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용산구 주민의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마권장외발매소는 사업의 특성상 주민의 의견 없이 ‘기습 개장’을 해선 절대 안 된다. 용산 마권장외발매소는 성심여고와 불과 232m 떨어져 있다. 학교를 비롯한 인근 주민의 여론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농축산부의 예외 규정이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용산구와 주민들은 마사회와 농축산부에 ‘용산 마권장외발매소의 서울시 외곽 이전’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항의 방문을 했고, 12만명이 서명한 반대서한을 전달했다. 여학생들은 ‘학교 옆 경마장은 안 된다’면서 거리에서 촛불을 밝혔고, 학부모들은 마권장외발매소 정문 앞에서 천막 시위를 했다.

반면 지난 6월 28일 마사회는 마권장외발매소를 기습적으로 시범 개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마권장외발매소 이전을 철회하길 권고한 6월 16일부터 겨우 열흘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서울시, 용산구, 서울시 교육청, 종교계, 정치권 등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는데 마사회는 향후 3개월간 주말마다 시범 개장을 할 계획이다.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농축산부가 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지금의 갈등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권장외발매소는 서울시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도심 지역의 장외발매소는 사회적 폐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도심 이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

더 많이, 돌이킬 수 없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전에 잘못된 단추를 고쳐 끼워야 한다. 제대로 된 길이 아닐 때 다시 되돌아가는 것, 방향을 수정할 수 있을 때 고치는 것이 더 큰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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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마사회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단으로 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그래서 학생들은 마음 편히 공부하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평소 모습으로 돌아가길, 더 이상 주민들이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지 않길 바란다.
2014-07-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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