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다시 일상으로/홍혜정 사회2부 기자

[지금&여기] 다시 일상으로/홍혜정 사회2부 기자

입력 2014-06-14 00:00
수정 2014-06-1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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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예고도 없이 닥친다. 32년 전 그날도 그랬다. 유치원 방학에 맞춰 동생과 시골 큰아버지댁에 갔다. 근데 사고로 동생과 영영 헤어지게 됐다. 타인에게 털어놓은 적 없는, 바로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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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정 사회 2부기자
홍혜정 사회 2부기자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 상처를 지녔다. 모양과 크기가 다를 뿐이다. 다만 생채기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면 잊고 지낸다. 그 후 동생은 내 마음속 여러 방 가운데 한 곳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런 마음속 방문이 활짝 열린 것은 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됐다.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동생이 겹쳐졌다. 사고 당시 동생이 차갑고 어두운 물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내 마음도 깨지고 흠집났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밤엔 잠을 설쳤고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악몽에 시달렸다.

14일로 세월호 참사 60일째. 292명 희생자의 장례가 차례로 치러지고 있지만 아직 12명을 찾지 못했다. 나라 곳곳 참사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경제 활동을 정상적으로 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13일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업인들에게 투자와 고용 확대를 부탁했다. 민선 6기를 준비하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저마다 안전정책을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내가 어렵게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꺼낸 것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다지려는 것이다. 그 사이 계절은 봄을 떠나 여름과 맞닥뜨렸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질 무렵 연두색이었던 시청광장 잔디는 한층 짙어졌다. 그곳을 지나는 내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도 나날이 자라고 있다. 살아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 ‘아들의 방’은 아들의 죽음 이후 남은 가족들이 상처와 싸우는 과정을 현실적이고도 담담하게 묘사한다. 영화에서처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유가족의 슬픔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천안함 폭침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어설픈 위로가 오히려 상처를 줄까봐 섣불리 나설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요란 떨지 않고 묵묵히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월호를 잊자는 게 아니다. 일상으로 차분히 돌아오자는 말이다. 정부가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는지 칼날을 세우되, 슬픔에 잠긴 이들을 담담한 위로의 응원으로 지켜봐 주는 것. 세월호의 희생이 허망하지 않고 의미 있게 지속되도록 일상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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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2014-06-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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