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대정신’ 어긋난 아베의 역사인식/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기고] ‘시대정신’ 어긋난 아베의 역사인식/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입력 2014-05-09 00:00
수정 2014-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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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아베 일본 총리의 독일 방문은 무엇을 위한 방문이었나. 물론 일본이 전개하고 있는 가치관 외교를 홍보하면서 아베 정권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대러시아 실리외교를 전개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중국이 비판하고 있는 역사문제는 ‘오해’라고 설명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정당화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일본이 ‘보통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독일의 지혜를 배우고 역사인식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은 여러 가지 복선을 깔고 있는 ‘실무외교’였다.

독일과 일본은 전쟁이라는 공통의 체험을 한 국가다. 그러나 전후처리 과정에서 두 나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먼저, 일본은 독일과 달리 냉전질서 속에서 진정한 화해를 시도하지 못했다. 반면 전후 독일의 아데나워 수상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을 말하면서, 자국 내 반발이 일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를 취해 전후 유럽의 ‘역사적 화해’를 이끌어냈다. 둘째, 일본은 전후 처리 과정에서 과거사를 묻어버리려고만 했지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전후 독일은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깊이 사과하고 의회를 통해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배상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전후 유럽의 ‘평화질서’ 속에서 독일의 회복을 가져왔다.

최근 행보를 보면 일본은 독일과 유럽의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우선, 유럽과 독일에서는 겸허한 역사인식과 화해가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역사문제나 민족문제를 둘러싸고 지도자는 반지성주의를 경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또한 유럽의 ‘우익’들의 관심사는 경제문제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베 총리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화해’와 문명 간의 ‘대화’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베 정권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세계의 시대정신이 ‘사과와 화해’라는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세계가 독일의 ‘화해 모델’을 따르려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역사 화해를 실천하는 데 많은 진전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기억의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과거를 어떻게 공유할지, 진정한 평화의 적극적 의미와 내셔널리즘을 대하는 태도 등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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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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