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꿈에 앞서 할 일/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꿈에 앞서 할 일/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입력 2014-01-27 00:00
수정 2014-01-2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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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대사
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대사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가 본격화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추가는 안보리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현행 국제협력체제의 기본 틀인 유엔 헌장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1945년 출범한 유엔은 회원국이 51개국에서 193개국으로 약 4배 늘어났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안보리 개편 논의가 1993년 이래 20여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지역별 입장 차가 워낙 커 단시일 내 합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며, 특히 상임이사국 개편은 더욱 요원하다.

안보리는 유엔 헌장에 따라 막강한 권위와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분쟁 해결의 권고와 비군사적 조치는 물론 군사적 조치까지도 취할 수 있다. 게다가 회원국을 구속하는 결의까지 채택할 수 있으니 유엔 안보리는 그야말로 국제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안보리는 상임 5개국과 비상임 10개국의 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임이사국은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과 달리 그 지위가 영구 지속되며, 거부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상임이사국 증설은 국제정치상 힘의 균형을 변화시킬 중대사안인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비상임이사국 증설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검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안보리 이사국과 같은 중요한 국제적 역할을 논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건이 바로 높은 신뢰와 도덕성이다. 이 요소들은 해당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지만, 그 나라가 그런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경우의 행동과 기여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는 식민지배와 침략역사를 부인·미화하고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퇴행적 행보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위안부 강제동원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뒤흔들려는 움직임이나, 미국 내 위안부 소녀상 철거 시도 등은 일본의 오도된 역사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으로 인해 아픈 역사를 강요당한 인근국들에는 우려스럽고 크게 공분을 살 일이다. 더구나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도 지난해 12월 26일에 있었던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공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이달 중순 ‘위안부법’의 의회 통과와 오바마 대통령 서명을 통해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의 준수를 촉구한 사실 등은 이러한 문제가 안고 있는 역사적 책무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신뢰 회복은 대규모 개발원조나 경제기술 지원과 같은 돈 보따리 외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꾸준하고 진심 어린 노력으로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같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과거사의 멍에를 떨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 온 과정은 대조된다. 지난해 11월 24일 타결된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 즉 ‘P5+1’과 이란 간 핵 협상 시 독일은 상임이사국과 대등하게 교섭에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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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희망하는 나라는 이렇듯 먼저 역사를 직시하고, 진실한 반성과 사과, 화해를 통해 신뢰와 도덕성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인근 나라들의 신뢰가 더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4-01-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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