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삽질’ 공복/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삽질’ 공복/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입력 2014-01-17 00:00
수정 2014-01-1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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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쓴 책인데~.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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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2011년 요맘때다. 서울시 C팀장 얘기다. 그는 팔을 잡고 매달렸다. 피식 웃으며 말을 붙였다. ‘능청 떨기’가 특기인 C팀장이다. 저서 출간을 앞둔 터였다. 줄거리는 잡혔다며 웃었다. 제대로 된 언론 홍보와 맞닿은 소견을 모았단다. 언론인들에게 느낀 것을 담았다. 그래서 글을 다루는 기자에게 의견을 물어왔다. 게재 순서, 방향, 내용을 놓고 의욕만큼 걱정도 더했다. 집필 동기에 대해선 이렇게 늘어놨다. “공무원들은 대개 잘하려고 나름대로 엄청 애씁니다. 그런데 신문·방송엔 거꾸로 나가기 일쑤잖아요.” 그러면서 “글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일단 즉석에서 조언을 건넸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내용이 중요하죠. 그러나 책 제목을 잘 달아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집어들지 않겠어요.” 그는 또 웃으며 덧붙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귀띔은 이랬다. “어떻게든 시장님을 엮어 봐요.” 그는 되물었다. 말끝을 흐렸다. “무슨 말씀인지….”

공무원들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들어보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C팀장은 자연재해 때를 손꼽았다. “많은 이들이 현장에 나가 몸을 아끼지 않는다”고. 더불어 겨울철 폭설 때를 되돌아봤다. 제설작업에 거의 하루를 쓴다고 강조했다. 나 또한 금세 질문을 던졌다. “시장님도 길거리로 나가 눈을 치웁니까.” 그도 바로 응답했다. “당연하죠. 제일 애타는 입장이니, 어찌 보면.” 난 순간 C팀장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럼, 책 제목 나왔네. ‘삽질하는 시장’으로 합시다.” C팀장은 눈을 치켜뜨고 내 입만 쳐다봤다. “아이고, 아무리 그래도….”

‘삽질’ 하면 흔히 나쁜 것을 떠올린다. 군부대 탓이다. 원래 복무에 맞는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한 일에 매달리는 경우를 꼬집는 말이다. 땅을 파거나 흙을 옮기는 도구인 삽을 움직인다는 뜻과 한참 멀어졌다. 그러니 ‘삽질하는 시장’은 딱지를 맞기에 딱이다.

삽질 에피소드를 길게 늘어놓은 까닭이 있다. 올해도 눈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 자연재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선거의 해를 맞이했다. 6·4 지방선거 말이다.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중요성을 가늠하게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일은 곧 시민, 국민들 장래를 가름한다. 이유는 바로 이렇다. 비약일까. 단체장 역량의 총합이 국가 역량에 가깝다고 한다. 엉뚱한 일에 매달리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해 삽질을 하지 않는 사람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을 빌린다. “25개 자치구 문제가 곧 서울시 문제다.”

공무원 연수원에서 강의한 적이 있다. 준비를 위해 공무원들이 언론에 궁금해하는 점을 알아봤다. 200명을 설문했다. 많은 이들이 ‘왜 신문·방송은 공무원에게 트집을 잘 잡는가’라고 물었다. “그만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주목을 받는다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본래 얘기로 되돌아가자. 폭설 땐 맨 먼저 삽질에 옷소매를 걷어붙이는 단체장이어야 한다. 토목공사나 잔뜩 벌이는 ‘삽질’ 대신 사람이 중심인 요즘 더욱 그렇다. 서울 노원구 상계3, 4동 희망촌 주민 N(75)씨는 “집으로 올라오는 언덕배기엔 하루에 몇 차례나 제설제를 뿌려야 하는데, 험한 곳을 찾아와 고생을 참는 공무원들에게 아주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스로 삽을 들고 나서는 단체장은 예뻐 보일 수밖에 없을 터. 국민, 시민들 앞에선 이따금 망가질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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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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