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유택시 도입, 국민건강 위협한다/임종한 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기고] 경유택시 도입, 국민건강 위협한다/임종한 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입력 2014-01-03 00:00
수정 2014-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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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임종한 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초 서울 하늘은 안개와 미세먼지가 엉킨 연무에 중국발 스모그가 가세해 어두컴컴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평소보다 4배나 높아져 1㎥에 평균 160마이크로그램(㎍)을 웃돌았다. 서울시는 노인 및 어린이의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이러한 시기에 때아닌 경유택시 도입 논란이 시끄럽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9월부터 경유택시에도 유가보조금을 줘 택시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경유차의 유해 배출가스가 과거보다 줄어들었으므로 택시 연료로 도입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경유차 배기가스가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만큼 깨끗해져서 인체 유해성 문제가 해소된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석면, 비소 등과 같은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경유자동차가 내뿜는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작아 인체 내로 침투가 용이하고, 폐나 기도 등의 인체 장기에서 흡수되기 쉽다.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 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천식을 유발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혈관에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외의 많은 역학적 연구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1993년 하버드대학이 미국 6개 도시 거주자 8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초미세먼지가 1㎥당 10㎍ 증가 시 총사망률이 14% 증가했고, 심혈관 호흡기계 사망률은 19% 증가했다. 미세먼지가 조산율을 높이고 자궁 내 태아의 성장발달을 지연시킨다는 연구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경유차 배출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없어진 것은 아니다. 기준치 이하의 미세먼지라도 오래 들이마시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연구 결과는 경유택시가 도심을 돌아다니게 될 때 인도를 걸어다니는 시민들이 어떤 건강 피해를 입게 될지 미리 말해준다. 신차 출시 당시 인증받은 배출가스 수준이 실제 주행 조건에 이르러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택시는 주행거리가 1년에 10만㎞나 되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후처리장치가 급격히 노후화 될 수밖에 없고 걸러지지 못한 미세먼지는 결국 시민들이 들이마시게 된다.

국내에선 1년에 1만 8000여명의 폐암 환자가 발생한다. 폐암 중 흡연과 관련이 없는 조직형인 선암 폐암환자가 최근 많이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위해성 평가 방법에 따라 초미세먼지를 현재의 오염수준(PM2.5 29㎍/㎥)으로 계산해볼 때 미세먼지로 인한 폐암사망률은 무려 21%에 이른다. 이쯤 되면 사회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공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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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한 부처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친환경차량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고, 다른 한쪽은 미세먼지를 내뿜는 경유택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웃지 못할 코미디다. 이제 우리 사회도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미세먼지의 증가는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국민건강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2014-01-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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