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박은선 사태’ 올바로 풀려면/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오늘의 눈] ‘박은선 사태’ 올바로 풀려면/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입력 2013-11-13 00:00
수정 2013-11-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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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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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담당 기자로서 ‘박은선 사태’를 보도하며 난감했다. 왜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인권 문제로 비화하는가 싶어서였다.

여자 실업축구 수원FMC의 이성균 감독이 지난 7일 물러난 데 이어 11일 유동관 고양대교 감독이 뒤를 따랐다. 이 감독은 지난달 6개 구단 감독 간담회에 코치를 대리 참석시킨 도의적 책임을 내세웠지만 실은 여자 선수들에게 과다한 훈련을 시키는 등 마찰을 빚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숙하기 짝이 없는 체육계의 ‘젠더(gender) 이슈’를 살짝 드러낸 것이다.

이들 감독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제 제기를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침묵의 나선 효과’를 우리 사회가 단적으로 입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자축구에 대해 늘 죄책감 같은 걸 느껴 온 기자로선 마찬가지로 관심도 애정도 없었던 이들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놀랍고도 당혹스럽다. 그런 열기가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입하도록 만들었다.

체육계 비리를 파헤치겠다며 감사원을 동원하려 했던 발상과 어쩌면 그리 닮았을까.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결론은 지금 단계에서 얼마나 의미 있고 따듯할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안을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이 퍼붓는 비난은 올바른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자. 철부지가 아니고서야 왜 감독들은 ‘박은선의 일탈로 바닥을 헤매던 서울시청의 성적이 오르자 갑자기’ 문제를 제기해 ‘구단 이기주의’란 지청구를 자초했을까? 감독들의 주장에 일말의 진정성은 없는 것일까?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이 다뤘다고 해서 과연 나라 망신인가?

박은선을 보호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감독들에겐 돌팔매가 쏟아지니 우리가 이 국면에서 무엇을 배우고 보완할 것인가는 뒷전으로 밀리지 않았을까.

기자가 보기에 이번 논란은 2004년에 엄정하게 이 사안을 처리하지 못해 불거졌다. 박은선과 서울시청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당시 동행해 성별 검사 결과를 공유했다고 주장한 반면 협회 관계자는 이 보고서를 보관하고 있지도, 확인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9일 한 보도채널에 출연한 최동호 칼럼니스트는 귀 기울일 만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다른 나라가 클레임을 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검사를 다시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인권 차원을 넘어 선수 자격 유지를 위해 검사를 한번 받아 봐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의학계에도 명확한 남녀 구별 기준은 없다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도 명확한 지침을 갖고 있지 않다. 2009년 양성자(兩性者)로 판명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육상 스타 캐스터 세메냐만 해도 의학적 처치를 받은 뒤 여자 선수로 뛰고 있다.

물론 박은선의 동의가 가장 우선된다. 축구협회나 여자축구연맹은 사사로운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명확한 틀을 세우면 향후 비슷한 문제들에 당황하지 않고 난감해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우리의 젠더 이슈에 대한 대응도 한층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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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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