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섭 정치부 기자
진보신당과 진보당의 인연은 약칭만이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가 모여 2011년 12월 만든 정당이 진보당이다. 진보신당은 이에 앞서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노회찬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 등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하지만 진보당의 출범과 동시에 당의 간판급 주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진보신당은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씨를 대표로 내세워 반전을 꾀했지만 지난해 4·11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1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정당 득표에서도 취소 요건인 2%에도 못 미친 1.13%를 얻는 데 그쳤다. 결국 진보신당은 정당법에 따라 등록이 취소됐고, 통합진보당은 진보당이라는 약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진보신당 얘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진보당의 ‘운명’ 역시 진보신당처럼 선거를 통해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부적절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권의 표현처럼 정당에도 생명이 있다면 지금 정부의 방법은 마치 ‘안락사’를 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정상적’인 방법인 셈이다. 비정상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반발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런 목소리는 진보당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일 것이다.
정부가 정말 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진보당의 해체라면 더욱더 ‘정상적’인 방법에 맡겨야 했다. 지난해 경선 부정과 전당대회 폭력사태에 이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기소까지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이 진보당의 운명을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들은 즐비하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진보당은 물론 야권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도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한 것은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야권의 주장처럼 공안정국을 만들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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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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