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대선의 유령/박홍환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대선의 유령/박홍환 정치부장

입력 2013-10-25 00:00
수정 2013-10-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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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통령 선거는 진정 뜨거웠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사실상 양자대결이었던데다 이념 논쟁 등 화끈한 이슈들로 선거전은 어느 때보다 과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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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정치부장
박홍환 정치부장
대선 막판에 터진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의혹 사건으로 인해 승부가 끝까지 예측불허로 치달아 ‘관중’들을 긴장시켰다. 축구의 ‘인저리 타임’, 야구의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스리볼’ 상황처럼 손에 땀을 쥐며 승부를 지켜봤다. 그렇게 뜨거웠던 선거전은 어김없이 막을 내렸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00여만표 차로 승리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깨끗이 결과에 승복했다.

그렇게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시계’는 지난해 12월, 그 뜨거웠던 순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하다. 24일자 거의 모든 신문 1면을 봐도 그렇다. 헤드라인에는 ‘대선’이라는 단어가 선명하다.

‘지난해 대선은 불공정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수혜자’라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작심발언’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국정을 이리 흔들어도 되느냐”며 ‘본심’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여권의 반응을 ‘유신시대 논리’에 비유했다. ‘대선불복’ 대 ‘부정선거’의 논리 싸움이다. 양측 모두 “밀릴 수 없다”는 사생결단의 자세다.

정치권은 이처럼 뜨거운데 정작 박 대통령은 ‘오불관언’이라는 듯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대선 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적 없다”며 대선 후 처음으로 국정원 사건을 언급한 뒤 넉 달간 이 문제에 관한 한 공식석상에서는 침묵 모드다.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뜻이겠지만 이젠 무슨 얘기라도 내놓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경쟁상대였던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을 ‘불공정 대선의 수혜자’로 지목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미리 알았든 몰랐든”이라며 ‘원죄론’ ‘결과론’까지 꺼내들어 국정원 사건에 대한 답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전임 정부 권력기관에서 벌어진 일로 자신을 다그치는 게 못마땅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육성’은 아니지만 여권 관계자들이 내놓고 있는 “그깟 댓글로 선거 결과가 바뀌었겠느냐”는 항변도 이해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취임 1년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 사건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대선 때 약속했던 각종 민생 관련 정책은 정쟁으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한때 개선되는 듯했던 남북관계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내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해외 세일즈 외교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는 곧바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벌써부터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못막을 정도로 키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얘기했듯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적 없다면 지금이라도 국정원 사건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고 ‘대선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대선의 유령’에 사로잡혀 곤욕을 치를 것인가. 이 혼돈은 박 대통령만이 바로잡을 수 있다.

stinger@seoul.co.kr

2013-10-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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