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창경궁과 효창원/홍지민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창경궁과 효창원/홍지민 사회2부 기자

입력 2013-10-07 00:00
수정 201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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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사회2부 기자
홍지민 사회2부 기자
어렸을 때 근처에 동물원이 있었다. 버스로 예닐곱 정거장 거리였다. 학교에서 봄, 가을로 소풍을 갔다 하면 우이동 그린파크 아니면 동물원이었다.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나 접하던 호랑이나 코끼리 등을 직접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풍경도 생생하다. 커다란 식물원도 곁에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았다. 몇 년 뒤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동물원과 식물원은 없어졌다. 저 멀리 경기 과천으로 이사 갔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섭섭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찬찬히 알게 되면서 섭섭함은 자연스레 사라졌던 것 같다. 창경궁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때 유원지로 꾸며지며 크게 훼손되고 명칭도 창경원으로 격하됐던 창경궁은 1984~1986년 이름을 되찾았고,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제 모습도 찾았다.

문득 창경궁을 떠올린 것은 효창공원 때문이다. 조선 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의 묘가 있었던 곳으로 원래 명칭은 효창원이다. 창경궁과 마찬가지로 수난을 당했다. 일제는 1924년 일부를 공원화했고, 1940년 공원으로 정식 지정했다. 1945년에는 급기야 문효세자 묘를 지금의 경기 고양으로 옮겨버렸다. 그렇게 고난을 겪던 그곳은 해방 뒤 백범 김구 선생에 의해 애국선열 묘역으로 거듭났다. 이봉창·윤봉길·백정기 등 삼의사와 이동녕·차리석·조성환 등 임시정부 요인을 차례로 안장하고 안중근 의사 가묘도 조성하는 한편, 1949년 자신도 이곳에 묻혔던 것. 하지만 그러한 역사성은 차츰 바래졌다. 이승만 정부 시절 효창운동장이 지척에 만들어졌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북한반공투사위령탑이 솟았다. 어린이 놀이터도 들어섰다. 노인회관도 지어졌다. 육영수 여사 송덕비도 세워졌다. 요즘은 효창공원에 애국선열 묘역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2002년 백범 김구 기념관이 문을 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공원 이미지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효창공원이 시끄럽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국립묘지로 승격시켜 정부가 관리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사적 공원, 근린공원으로 구청이 관리해 오던 터였다. 박수 받을 일 같은 데 지역에선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곳저곳에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반대 서명 운동도 있었다. 김광진 의원 측은 그럴 일 없다고 하는데,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거나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데 제약을 받는 게 아니냐, 독립 유공자가 추가 안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다고 한다.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차제에 묘역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러한 정황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국립묘지가 혐오시설 취급을 받고 있는 게 안타깝고 황당하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용산구의회가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3년 전에는 애국선열 영정을 모신 사당인 효창공원 내 의열사를 참배하는 것으로 6대 구의회 의정 활동을 시작했던 그들이다. 애국선열들이 살아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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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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