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세빛둥둥섬, 이제는 시민 품으로/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세빛둥둥섬, 이제는 시민 품으로/한준규 사회2부 차장

입력 2013-08-09 00:00
수정 2013-08-0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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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사회2부 차장
한준규 사회2부 차장
지난 주말 12살 아들과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를 거쳐 한남대교까지 내달렸다. 반포대교 밑을 지날 때쯤 아들이 “아빠, 저 건물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NSS본부로 나왔던 멋진 곳 아냐. 지금 가볼 수 있어”라고 물었다. “아니, 지금은 못 가. 2년째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고 저렇게 한강에 떠 있어. 문 열면 한 번 가보자”라고 답했다.

흉물스럽게 반포대교 밑에 떠 있는 세빛둥둥섬을 보니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그야말로 ‘섬’이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외딴섬처럼 됐다.

세빛둥둥섬이 임시개장되었던 2011년 5월, 반포한강공원은 한마디로 시민의 휴식 천국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한강공원과 반포대교에서 음악에 맞춰 뿜어져 내리는 달빛분수 그리고 빨강, 파랑, 초록 등 빛의 삼원색을 뜻하는 세빛둥둥섬이 어우러져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세빛둥둥섬 임시개장 기념 초대형 한강사진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던 해질녘 한강은 반포대교와 남산이 어우러져 서울의 아름다움을 파노라마 영상처럼 보여줬다. 임시개장 후 시민 16만여명이 찾았다는 세빛둥둥섬은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으로 거론될 정도로 공연과 컨벤션, 전시기능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세빛둥둥섬은 애물단지를 넘어 ‘전시행정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한강의 가운데 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리품’으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앞장서서 비난하고 나서자 시 직원 누구도 해결방안을 내지 않았다. 아니 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2년 3개월이 흘렀다. 세금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다 지어진 멋진 시설이 녹슬어 가고 있다.

세빛둥둥섬의 탄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이제는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다. 박 시장과 시 직원들이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행사 미래 이익의 50%까지 보전하도록 계약돼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2000여억원을 시공사에 보전해 줘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390억원의 공사비 대부분이 민간자본(서울시 산하 SH공사 128억원 출자 제외)이라며 서울시는 선을 그었지만 세금 투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공사는 서울시를 연대보증인 형식으로 금융권에서 사업자금을 차입했다. 사업이 망하고 시공사가 부도를 내면 채권단은 서울시에 모든 금융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민간투자사업이라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 잘못된 것이 있다면 따지고 질책을 하더라도 거금을 들여 완성한 구조물은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먼저 운영을 하면서 부족하고 모자란 점을 보완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세빛둥둥섬과 한강 둔치 연결 도교 설치작업도 마무리됐다. 개장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사업자와 여러 문제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 세빛둥둥섬이 다양성과 조화의 ‘세 빛’으로 자리를 찾고, 창조와 새로움을 간직한 ‘세 빛’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한다. 또 하루빨리 1000만 외국인 관광객 시대의 서울을 이끄는 관광명소로 재탄생하길 빌어본다.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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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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