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대로 된 국제방송 하나쯤은 가져야/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

[기고] 제대로 된 국제방송 하나쯤은 가져야/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

입력 2013-06-11 00:00
수정 2013-06-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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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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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외에서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도 ‘싸이’, ‘강남스타일’, ‘젠틀맨’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흔히 국경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듯 우리가 체감하는 국가 간 거리는 매우 좁아졌다. 방송, 인터넷, 스마트폰 등 매체의 다양화 덕에 지구촌 소식이 그 어느 때보다 즉각 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관련된 소식 또한 전 세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즉시 전파된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전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 승용차 지붕에 짐을 바리바리 싸매고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는 모습 등이 한국과 같은 시간에 전 세계로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 소식들이 과연 실제 모습을 얼마나 정확하게 담고 있을까. 14년간 CNN 서울 지국장을 지내고 현재는 아리랑국제방송에 몸담고 있는 손지애 사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에 긴박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미국 본사에서는 긴장 속에 지내는 서울 표정을 담아 보내라고 주문하는데, 취재를 나가 보면 정작 우리는 평온한 일상 속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고 있어서 난감했다고 한다.

그동안 바깥에서 보는 한국에 대한 시선은 남북한 대치 상황의 위험한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 등과 같이 바쁘게 일만 하며 사는 부정적 이미지로 고착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강남스타일’로 대변되는 익살스러움, 흥겹게 놀 줄 아는 문화를 가진 국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자동차·모바일 기기를 포함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동아시아의 당당한 국가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반도 평화, 동북아 정세, 북핵 문제, 외교와 통상 분야 주요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호적인 국제여론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한국에 관한 생생한 정보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전달자, K팝을 넘어 다채로운 한류의 전도사, 세계인과 문화교류 소통자로서 국제방송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민영, 공영 방송사들 모두 국가이미지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 창출과 시청률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기존 방송사들이 조직 안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국제방송을 신명나게 운영하긴 어려울 듯싶다. 1996년 설립 때부터 민법상 재단으로 운영되고 있는 아리랑국제방송은 영국, 미국, 독일 등의 국제방송과 달리 운영 경비의 상당 부분을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어 안정적인 방송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은 현재 글로벌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등 20년 가까이 수준 있는 영어로 국제사회에 한국정세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자국의 정보와 문화를 바깥세상에 알리는 데 미디어만 한 게 없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국제방송 하나라도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아리랑국제방송원 설립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에 국회가 적극 나서는 이유다.

2013-06-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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