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모두가 행복하게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기착취적이고 자기파멸적인 극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는 모순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이들을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도, 자기 자신도 똑같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인식조차 못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어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율경쟁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을 혹사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더 큰 보람을 느껴야만 하는 이 시대가 불쌍할 뿐이다.
대학 사회는 더 심한 것 같다. 입에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교수들, ‘바쁘시죠’라는 질문에 불편함을 못 느끼는 교수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오히려 바쁘지 않으면 무능한 교수처럼 보일까 봐 애써 바쁜 척하는 교수들도 있으리라.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니는 동료 교수들을 보면서 한 번쯤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20대 초반의 대학생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몸이 지치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지금도 되뇌는 문구가 있다. “침잠하라. 침잠하라. 또 침잠하라.” 마음을 가라앉혀서 깊이 생각하고 또 몰입하라는 말이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성찰하다 보면 세상 모든 일들이 결국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 “마치 천년이나 만년이나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 지금도 죽음은 다가오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아직 능력이 있을 때 선한 일을 하라.” 선한 일보다는 업적을 강요하는 현실에서, 힘들고 지친 누군가를 위해 선한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지난주 충북대병원에서는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아픔을 즐거움으로 바꿔보자는 취지의 작고 예쁜 음악회가 열렸다.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마다 학문분야가 다른 교수들이 학생회관 연습실로 모여 합창 연습을 해 온 아름다운 결실이었다. 5년 전 창립된 교수합창단의 그동안 성과는 언제나 다른 누군가의 기쁨이고 희망이었다. 테너로 참여하고 있는 나는 물론이고 어느 교수에게도 성과 점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병마와 싸우느라 지친 환자들과 힘든 가족들, 고생하는 병원 직원들의 얼굴에 나타난 기쁨은 곧 우리 자신의 힐링이기도 했다. 근엄하기만 한 박사님들에 대한 인상보다는 학교 담장 밖의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자 하는 힐링캠프의 주인공들로 다가왔으리라. Nella Fantasia~ 노랫말처럼.
2013-06-04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