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제5 호칭 ‘Mx’/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제5 호칭 ‘Mx’/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3-05-07 00:00
수정 2013-05-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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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지난해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연인·연애·애인·애정 등 다섯 가지 단어의 뜻을 동성애자 등 성적소수자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바꿨다. 예를 들어 ‘연인’이란 말은 개정 전에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남녀, 또는 이성으로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개정 후에는 ‘남녀’가 ‘두 사람’으로 바뀌고 ‘이성’(異性)이란 말은 아예 빠졌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뻔했는데 예리한 눈을 가진 대학생들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안했고, 국어원이 이를 받아들여 사전을 바꾼 것이다. 국어원은 ‘결혼’의 정의(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도 개정을 검토 중이란다. 이미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게이(남성 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성 전환자) 등 성적소수자끼리의 결혼을 법으로 허용하는 나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나라에서는 실생활에서 성적소수자를 배려하는 공공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의 어느 고등학교는 최근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트랜스젠더 학생의 고충을 덜어주려고 유니섹스(남녀공용) 화장실을 마련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특별 화장실엔 한 번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 학교엔 남자와 여자 화장실만 있어 이 학생은 등교 후에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하루종일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스웨덴의 한 고교에서도 ‘제3의 성’을 위한 탈의실을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성적소수자에 대한 공간적 배려 못지않게 호칭도 신경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17~18세기부터 써 오던 미스터(Mr.), 미시즈(Mrs.), 미스(Miss) 등 남녀에 대한 전통적인 호칭과 40년 전부터 혼인에 상관없이 여성을 통칭해 온 미즈(Ms.)로는 ‘제3의 성’을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침 영국 남부의 브라이튼-호브시(1997년 통합) 의회가 이달 초 이 도시의 공식문서에 제3의 성을 위한 호칭으로 ‘믹스터’(Mx, mix+Mister)를 쓰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섞다’는 뜻의 ‘mix’와 남성에 대한 존칭인 ‘미스터’를 합친 신조어다. 이 도시의 ‘성평등 검증 자문단’의 아이디어라는데, 정말 그럴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좋겠는데 성적 분화가 계속되는 게 문제다. 세상에는 제3의 성에도 속하지 않는 ‘제4의 성’도 있단다. 이른바 무성애(無性愛, Asexuality)다. 그런 사람들의 호칭도 일찌감치 생각해둬야 할 것 같다. 영어 호칭은 그럭저럭 해결되겠지만 우리 호칭이 고민이다. 제3, 제4의 성에 군·양·씨(君·孃·氏) 말고 뭘 갖다 붙여야 어울릴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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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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