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영 소방방재청 재난대비과 행정사무관
일반적 인식으로는 사회안전을 위한 재난대비태세와 국가안보를 위한 방위태세가 별개의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사회안전과 전통적 안보를 이른바 포괄안보시대에 걸맞게 연계하는 정부의 노력이 미흡했음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다. 사고이든 재난이든 북한의 도발이든 앞선 준비로 발생을 막고 피해를 줄이고 복원하는 재난관리와 안보활동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기능으로, 민·관·군의 자원과 팀워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형식과 본질이 유사하기에 그렇다.
이처럼 사회안전과 국가안전이 궤를 함께한다는 인식에서 일찍이 박정희 정부는 민방위를 지역사회 및 국가의 위기 돌파력으로 삼고자 했고 국가동원체계를 정립해 안보기반을 다졌다. 참여정부는 포괄적 안보 의지를 밝히고 사고·재난 및 테러 등의 우발사태로부터 인명·재난 및 핵심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위기관리체계를 세웠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노력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안보환경 변화의 격랑 속에 민방위는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명맥을 유지해 왔고, 비상대비자원관리로 불리는 국가동원 기능 역시 정치적 우려와 무관심으로 축소돼 왔다. 또한 위험요소별 위기대응 방식은 북한의 무차별 포격 도발과 같이 방위와 안전이 중첩된 국가위기나 원인과 결과가 얽히고 설킨 복합재난 상황에서 실효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한 북한의 도발이나 예측하지 못한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의연한 대처를 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작은 사고에도 작동하지 못하는 국가위기관리체제로 재난이나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처할 리 만무하다는 데 있다. 선진국에서는 포괄 안보개념을 구현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신화의 자만에 빠져 있던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나서 국가위기관리의 방향을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에 두고 포괄 안보의 지혜를 짜내고 있다. 미국도 9·11 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계기로 국가비상대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포괄 안보를 일컫는 국토안보를 제도화해 국가대비목표(NPG)에 따른 국가적 재앙 시나리오 대처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우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그것이 무엇이든 가용자원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국가나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요 위기에 두루 대처할 실질적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교훈을 실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언젠가 닥쳐올 복합·거대 재난은 물론 북한의 복합적 도발에 대처할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는 포괄적 안보 패러다임에서 전방위적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고, 포괄 안보에 대한 국가 지도자의 관심과 올바른 이해가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2013-05-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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