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어떤 실패/홍희경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어떤 실패/홍희경 경제부 기자

입력 2013-03-08 00:00
수정 2013-03-0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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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경제부 기자
홍희경 경제부 기자
얼마 전 주식으로 1주일 만에 딱 2배 벌었다는 A를 만났다. 종목은 ‘김종훈 테마주’인 키스톤글로벌. 그와의 만남 1주일 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후 사흘 동안 키스톤글로벌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반 토막을 향해 치달았다.

이 회사 게시판에서 “하한가에라도 주식을 팔았으니 다행”이라고 자위하는 개미들의 투자 실패담을 보고 있으니 김 전 후보의 입각 실패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정도다. 미래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있기 닷새 전인 지난달 12일 이 회사가 단행한 유상증자 때 증자 물량을 배정받은 대주주가 1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둘 뻔했던 것도 없던 일이 됐다.

후보 사퇴가 나온 바로 그날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재등장했고,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던 31개 종목이 하루 만에 평균 9.15% 급등했다. 정치적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시 커졌지만 바로 그 때문에 테마주 재료로서의 ‘안철수 가치’는 한층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기업경영 대신 이제는 정치에 투신하겠다는 안 전 후보이지만, 그에겐 여전히 안랩 지분(18.6%)이 남아 있다. 지난해 보유 지분의 절반을 기부재단인 안철수재단(동그라미재단)에 쾌척했지만, 주식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기 전인 2000년 1만 5000~2만원대이던 주식이 정치 테마주로 묶이며 한때 16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안 전 후보는 정치 참여 전보다 10배 뛴 주식의 절반을 기부했으니 당시에 5배는 이익을 보고 있던 셈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반대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는 했어도 그의 기부가 사상 최대의 사회 환원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선이 끝난 뒤 안랩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안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계좌는 18만 7550개(2640억원)이고, 이 중 90%는 개인 투자자 손실이었다.

이 손실도 안 전 후보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는 개미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부추긴 일이 없다. 자신의 멘토였던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처럼 테마주 재료로 주가가 10배 이상 뛴 시점에 보유지분 전량을 팔아 400억여원의 차익을 실현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의 재등장 방식에 있다. 꼭 기업이 공시를 내듯 측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 재보선에 도전한다는 깜짝 발표를 하며 재등장해야 했을까. 안 전 후보의 귀국날인 11일까지 시장이 온갖 억측과 불확실성에 기댄 기대감을 갖는 것을 방관해도 되는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 시장이 불확실한 추측을 할 여지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유력 정치인으로서의 결기를 보여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인가.

임박한 안 전 후보의 재등장을 기대하며 관련 테마주 주가가 연일 요동치는 것을 안 전 후보가 통제할 길은 정말 없었던 것인지, 시장은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쉽다.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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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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