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예술가 정치인/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예술가 정치인/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2-07 00:00
수정 201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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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직업’을 묻는 조사가 있었다. 1위가 예술가, 2위가 국회의원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것 같아서’라거나 ‘권위와 사회적 위치가 있어서’를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문인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보통사람들이 선망하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 문학적 역량과 정치적 역량이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엊그제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주제로 한 공청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열렸다. 계기를 제공한 사람의 하나가 국회의원 도종환이다. 1986년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주인공이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제19대 국회에 입성한 데 이어 대선 캠프 대변인으로 정치에 더욱 깊이 발을 담갔다. 그러자 교과서에 실린 그의 작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논의가 시작됐고, 이날 ‘정치인의 작품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발표한 것에 한해 수록할 수 있다’고 잠정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 그대로 남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역시 단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교과서에 실린 소설가 이문열을 정치인으로 볼 것인가 하는 논란도 있었다. 그와 ‘객주’의 작가 김주영은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공천심사위원으로 나란히 활동했다. 시인 안도현도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시인 출신 국회의원은 모윤숙, 김춘수, 양성우도 있다. 도 의원은 “온 국민이 사랑하는 ‘꽃’과 같은 시도 교과서에서 빼야 하느냐”고 반발한 적이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바로 그 시다. 김 시인은 1981년 유정회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훗날 “고사했음에도 대학 교수로 잘 있던 나를 억지로 끌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48년 유엔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던 모윤숙은 1971년 민주공화당 전국구로 배지를 달았다. 유신시절 ‘겨울공화국’의 저항시인 양성우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를 거치며 1988년 서울 양천구에서 평화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소설가 출신 국회의원은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한길 의원의 ‘여자의 남자’는 300만부, 김홍신 전 의원의 ‘인간시장’은 560만부가 팔렸다. 대통령의 딸이 국회의원이자 재벌 총수와 정략 결혼하는 내용의 ‘여자의 남자’와 사창가를 무대로 무협지 같은 재미를 주는 ‘인간시장’은 모두 장편소설로 ‘교과서에 실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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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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