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느긋하고 상냥한 새해/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글로벌 시대] 느긋하고 상냥한 새해/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입력 2013-01-07 00:00
수정 2013-01-0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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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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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섯 번째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한국의 새해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새해가 멋진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느긋한 기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상징이 크리스마스 장식이다. 서울시청 앞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새해가 밝았어도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관리를 맡고 있는 CTS기독교TV의 담당자는 “연말부터 새해까지 계속 기쁨과 희망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한다. 롯데 백화점에서는 설날까지 장식을 계속하는데 담당자는 “올해의 테마는 소원을 말해 봐인데, 새해를 맞이하면서도 소원을 빌기 때문에”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일본에서는 12월 25일이 지나자마자 재빠르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치우는데,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하지 말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면서 즐거운 기분을 길게 느끼고 싶다. 그런 저의 바람을 한국이 이루어 주었다. 한국의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모두가 즐겁고 길게 누리면 된다’는 느긋함이 좋다. 그런 관용의 기분은 매력적이다.

두 번째는 다른 이들에게 상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새해 인사는 ‘아케마시테 오메데토 고자이마스’이다. 무사히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을 함께 기뻐하는 말이다. 이 인사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새해 인사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좋아한다. 상대의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이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수인 마쓰토야 유미의 곡인 ‘A HAPPY NEW YEAR’ 중에서 ‘올해도 많은 좋은 일이 당신에게 있기를’이라며 연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부분이 있다. 고등학생 때 이 노래를 듣고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쑥스러워서 지금까지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말할 수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많은 좋은 일이 당신에게 있기를’ 인사를 하면 할수록 행복한 기분이 된다. 한국에 살고 있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재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새해를 양력으로만 축하한다. 일본인으로서 양력 1월 1일이 되면 새로운 출발을 한 듯한 기분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양력도 새해임에는 틀림없지만 음력 1월 1일에 본격적으로 새해를 축하한다. 일본인으로서는 양력으로, 서울 주재자로서는 음력으로, 두 번이나 재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듯한 기분이다.

제가 느긋하게 한국의 새해를 즐기고 있는 한편에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려운 수험생활이나 고액의 등록금으로 고민하고, 사회인들은 극심한 경쟁으로 고생하고, 중고령층은 고용이나 퇴직 후의 생활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관용이나 타인에게 상냥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첫 여성대통령으로 선출된 박근혜 당선인은 ‘100%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신용불량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실패를 하더라도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다. 새로운 정권이 공약을 실현시켜 제가 사랑하는 새해처럼 느긋하고 타인에게 상냥하고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런 모습을 기대하면서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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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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