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금리시대에 살아남는 법/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저금리시대에 살아남는 법/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2-11-20 00:00
수정 201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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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금리·저성장 기조는 경기순환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경제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따라서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등의 경제위기는 단기간에 회복된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저성장 기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는 잠재성장률 및 실질금리를 하락시켜 저금리·저성장 기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근본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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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저금리·저성장은 은행, 비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금융산업 각 업권의 건전성에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 은행 부문은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줄고, 저성장으로 인한 부실자산이 늘 수 있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장기불황에 민감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부실 증가가 우려된다. 보험 부문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악화되는 한편 역마진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 부문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발생하는 안전자산의 낮은 수익성이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성장 기조로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늘고 투자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투자자금이 자본시장을 이탈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 및 운용사의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는 기존의 자산운용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장기불황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보수적 자산운용을 원한다. 그러나 저금리로 인해 국공채, 예금 등에 대한 투자는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수익률조차 얻기가 어렵다. 또 위험에 대한 보상이 반영돼 높은 수익을 주던 주식, 채권 등도 과거 성장경제에서 보여주었던 수익성을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폐해로 인식되어 왔던 단기투자, 몰빵투자, 쏠림투자를 지양하고 시장상황에 따른 합리적 수준의 기대수익과 위험을 목표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고채, 예금 등의 안전자산 및 채권,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 대상에다 대체투자상품, 실물자산 등 투자대상을 다양화해 자산운용의 절대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과도한 부채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것이라 이를 해소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레버리지(차입)에 의존한 투기적 자산의 운용 및 형성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앞으로 각 경제주체의 자산운용 관련 의사결정은 저금리·저성장이라는 새 패러다임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금융업권별 건전성을 유지하고 금융소비자의 새 수요를 반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이들 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맞춰 각 업권의 리스크를 계속 감시하고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시장환경 변화에 맞는 투자상품 및 영업모델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 보완 및 관련 법 개정 등 제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보험 부문은 자산운용상 비율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대상 확대 및 환헤지 규정 완화를 통한 신흥시장국가로의 투자 확대 등이 규제 완화를 통해 확보되면 업계의 먹거리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투자 부문에서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 진입요건 완화 등의 규제 완화는 투자 선택의 폭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주요 고려 사항이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소비자, 기업, 금융업계가 장외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활용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기존 성장경제 틀의 관성들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저금리·저성장 기조라는 새 패러다임에 적합한 금융당국, 각 금융업권, 금융소비자들의 적응과 협력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변화에 상응하는 금융업권의 상품 및 영업모델 개발, 투자자의 변화된 자산운용 방식, 금융당국의 앞서가는 금융정책 및 건전성 감독이 선순환될 수 있는 장이 빨리 마련될 때 우리 경제는 재도약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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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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