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노인과 어르신/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인과 어르신/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09-12 00:00
수정 2012-09-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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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사는 할머니 스트릭랜드는 한 슈퍼에서 17년간 일했다. 80세인 그는 그동안 회사로부터 ‘최고 판매자상’을 받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얼마 전 해고되었다고 한다. 회사에 24센트(300~400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발끈한 할머니는 “24센트의 경제적 손실이 해고 사유가 아니라 나이가 든 고령 노동자를 해고하려고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80세 노인이 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고 법적 투쟁에 나선 것이다.

요즘 노인은 예전의 노인이 아니다. 91세의 할아버지와 74세의 할머니가 식스팩을 자랑하며 세계 최고령 보디빌더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세상이다. 지난해 6월 향년 104세로 별세한 미국의 최고령 연방판사 브라운은 죽기 3개월 전까지 재판을 진행했다고 한다. 1962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시절 연방 지방판사로 임명된 그는 지난해 어떻게 은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죽어서 물러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이는 현실이 됐다.

과거 노인 하면 나이가 든 늙은 사람을 뜻했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인 면에서 기능이 손실되고, 사회·경제적으로도 노동현장에서 은퇴해 역할과 소득을 상실했다고 봤다. 나이로는 보통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미국 미네소타주 의학협회에서는 노인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신을 늙었고, 배울 만큼 배웠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느낄 때라고 한다. ‘이 나이에 그깟 일은 뭐해.’라고 생각하거나,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젊은이들의 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을 때, 좋았던 과거 시절을 그리워할 때 노인이라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의 정의도 이렇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노인’ 명칭을 ‘어르신’으로 바꿔 사용하기로 했다. 모든 공문서와 공식행사 등에서 어르신이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노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첫 조치라고 한다. 어르신 하면 왠지 지혜와 연륜을 가진 어른이라는 뜻이 풍겨져 듣기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 명칭 하나로 노인들이 존경받거나 대접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수준은 OECD 30여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요즘 노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뉴욕의 할머니처럼 일자리라고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시혜 차원에서 베풀어 주는 무상복지도, 어르신이라고 폼나게 불러주는 ‘립 서비스’도 아니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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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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