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야한 옷은 안돼/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야한 옷은 안돼/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06-11 00:00
수정 2012-06-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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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암울하고 숨막히던 유신시대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미팅에 나가려던 주인공들이 장발 단속에 걸렸다. 그들은 죽어라 도망을 가고, 경찰은 그 뒤를 쫓는다. 그때 배경으로 나오는 음악이 “가는 사람을 왜 부르냐.”는 송창식의 ‘왜 불러’다. 시대에 저항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 문화를 그린 이 영화는 수차례 검열을 당했고, ‘왜 불러’는 금지곡이 됐다.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의 한 손에는 가위, 다른 손에는 자가 들려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 보면 코미디 같았던 일이 이유는 다르지만 이 시대에도 있다. 미국 프로야구는 내년부터 취재진에게 복장 규제를 한다. 속옷이 비치는 옷, 찢어진 청바지, 탱크톱, 미니스커트 등은 금지된다. 특히 미니스커트는 무릎 위 7~10㎝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일부 취재진이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매너 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근처의 카스텔라마레 디 스타비아 시도 질서와 평화 공존을 위해 복장 규정을 만들었다.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25~500유로의 벌금을 물도록 해 여성들의 반발을 크게 샀다. 남성들은 웃통을 벗은 채 돌아다니면 벌금을 내야 한다. 카프리섬에서는 소리 나는 나무로 된 신발 착용이 금지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공중도덕법을 정한 도시들이 꽤 있다고 한다.

미국 뉴욕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브루클린 스타이브센트고교 학생들이 최근 등굣길에서 “야하게 입을 권리를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탱크톱 차림을 하거나 가는 어깨 끈이 달린 야한 옷차림을 한 학생들은 “복장 규정을 시정하라.”는 내용의 전단지도 배포했다. 이 학교가 지난해 가을 반바지나 치마의 길이 등을 제시한 복장 규정을 마련하자 학생들 일부가 이에 불만을 공식적으로 터트린 것이다.

학교 규정에는 학생들의 의복은 ‘건전한 감각’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됐다. 그래서 반바지와 치마 길이는 서서 팔을 내렸을 때 손가락보다 길어야 했고, 어깨나 속옷, 허리 노출이 금지됐다고 한다. 미 교육부의 마지 파인버그 대변인은 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수많은 학교가 복장 규정을 갖고 있으며 일부 학교는 교복을 입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도 복장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두발·복장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서울시 학생 인권조례안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헛다리를 짚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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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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