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흡연단속 유감/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흡연단속 유감/이영준 사회부 기자

입력 2012-06-04 00:00
수정 2012-06-0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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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같았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강남대로변에서 이뤄진 흡연 단속의 모습이 그랬다. 구청 단속 요원들이 담배를 피우는 시민에게 몰려들었다. 카메라로 채증한 뒤 몰아세웠다. 물리력 행사는 아니었지만 정신적 집단 폭행이나 다름없었다. 3분 만에 경찰차가 달려왔다. 경찰의 신원조사가 이뤄졌다. 순식간에 범죄자 신분이 됐다. 행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는 더 궁지로 내몰았다. 흡연 과태료 5만원 딱지를 뗐다. 깡패들이 ‘삥 뜯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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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 사회부 기자
이영준 사회부 기자
서울시가 흡연 없는 ‘청정구역’을 선언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 절대적인 흡연량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단속 이외 지역의 흡연만 부추기는 꼴이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출구 앞 금연거리 경계선에 마련된 작은 공간은 ‘흡연의 전당’이 돼 버렸다. 2일 아침 청소부가 혀를 찰 정도로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뒷골목에서는 보란 듯이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민들도 늘었다. 금연거리 단속은 “거기서만 안 피우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규제의 반작용이다.

강남대로변에서 담배 연기를 퇴출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단속에 걸린 흡연자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만큼 좀 더 세심한 설득과 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끽연행위를 범죄처럼 다그치는 광경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좀 더 사회적 동의 과정을 거치면 어땠을까 싶다. 흡연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듯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판매해 놓고 못 피우게 단속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게 옳은지 따져보자.”는 흡연자들의 항변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은 마땅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흡연은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흡연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캠페인도 한 방법이다. 대증요법은 정책의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 “일단 과태료 확인증을 받으시고 나중에 이의제기하면…”이라는 단속요원의 작은 목소리가 한창 귓가에 맴돌았다. 길거리 흡연이 단속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배려 차원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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