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경찰청장의 ‘개혁’에 우려되는 것/백민경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경찰청장의 ‘개혁’에 우려되는 것/백민경 사회부 기자

입력 2012-05-23 00:00
수정 2012-05-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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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경제부 기자
백민경 경제부 기자
사실, ‘개혁’(改革)과 ‘개악’(改惡)의 차이는 근소하다. 선의가 개악을 낳고, 악의가 개혁을 견인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김기용 경찰청장 취임 후 인력 조정 등 조직정비안을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본청과 지방청 인력을 최대 20%까지 줄여 일선에 배치하겠다는 조정안에 대한 반응인 셈이다. 취지는 좋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경찰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내부에서 오가는 시선이 싸늘하다. 현재 경찰청에서 비직제 기구에 해당돼 폐지나 축소 대상이 된 곳이 다름 아닌 수사권 독립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서들이기 때문이다. 수사구조개혁단과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부서들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수사역량을 강화하고, 논란이 된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신설했던 부서들이다.

수사구조개혁단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창구 역할을 맡는 곳이다. 향후 형소법 재개정 절차도 이곳에서 관장한다. 범죄정보과는 판검사 등 고위공무원의 비리 정보를 수집해 수사부서를 지원하는 곳으로, 과거 경찰수사의 성역을 넘어서기 위한 야심찬 계획아래 신설됐다.

지능범죄수사대는 ‘경찰의 중수부’에 해당된다. 대형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경찰의 수사역량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밴 부서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도가니 사건이나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뒤쫓았던 곳도 여기였다.

필요하다면 인력 감축을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특별한 목적으로 만든 부서를 직제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청소’해 버리는 건 개혁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말 정리가 필요한 곳은 놔두고 경찰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도 있는 주요 현안 부서를 우선 정리대상으로 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업무 과중이나 조직피로도 이전에 그런 부서를 통해 경찰의 존재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삼 개혁과 개악의 차이를 들춘 것이다.

white@seoul.co.kr

2012-05-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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