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소도(蘇塗)/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소도(蘇塗)/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2-05-22 00:00
수정 2012-05-2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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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蘇塗)는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 중남부에 마한·진한·변한이 있던 삼한(三韓)시대의 특수한 신성지역, 곧 성지이다. 이곳에 제단을 만들고 방울과 북을 단 큰 나무를 세워 산천에 제사를 지냈다.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 진서(晉書), 통전(通典) 등에 소도에 관한 기록이 있다. 삼국지 위서(魏書) 한전(韓傳)에 가장 자세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한전에는 “귀신을 믿으므로 국읍(國邑)에서는 각기 한 사람을 뽑아 천신에 대한 제사를 주관하게 하였는데, 이 사람을 천군(天君)이라 부른다. 또 이들 여러 나라에는 각각 별읍(別邑)이 있는데 이것을 소도라 한다. 큰 나무를 세우고 거기에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는 내용이 있다.

소도는 신성한 곳이어서 국법의 힘이 미치지 못했다. 그리스·로마의 아실리(Asillie)나 아실럼(Asylum)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소도란 ‘솟대’, ‘솔대’, ‘소줏대’ 등에서 온 말이다. 소도는 고간(高竿)의 몽골어 발음에서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암울하던 1970~1980년대 서울 명동성당은 사실상의 소도로, 민주화의 성지로 통했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정부에 맞서 종교인, 정치인, 지식인, 학생 등이 민주화투쟁을 벌이던 때 경찰은 명동성당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1975년 정의구현사제단의 ‘인권회복 및 국민투표 거부운동’도 명동성당에서 이뤄졌고, 1976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세웅·김승훈 신부 등이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한 곳도 명당성당이었다.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1987년의 6월 항쟁도 명당성당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민주화운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7년 한해에만 명동성당에서 127차례 집회를 가졌다고 한다.

소도로서의 명동성당은 암울했던 시절 민주화운동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소도라고 해서 좋은 점,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삼한시대 죄인이 소도로 도망쳐 들어오면 그를 돌려보내거나 잡아갈 수 없어 도둑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실세 이석기(비례대표 2번) 당선자가 지난주 자신의 당적을 서울시 서초구에서 경기도 성남시로 옮겼다. 구당권파가 장악한 경기도는 이석기 당선자에게는 소도와 다를 게 없는 곳이다. 그래서 경기도로 당적을 옮긴 것을 놓고 신당권파가 추진하는 출당 등의 징계조치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법이나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는 걸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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